남편이 육아 휴직했다는 사실은 우리 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굳이 소문낼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가십이 그렇듯 (이게 가십일 줄 몰랐지만) 한 명이 알자 곧 모두가 알게 되었다. 다들 이 이슈로 한 두 마디씩 해왔는데 내가 가장 예상 못한 말은 이 말이었다.
"괜찮아요?"
내 또래 동료의 괜찮냐는 얘기였다. 물론 남편이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멈칫하긴 했었다. 아이는 이미 4살이고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어서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이 반드시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매월 나가는 상당한 금액의 대출 상환이 걱정이 되었고 남편의 커리어도 잠깐 생각해봤지만, 아이랑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갭이어도 가지고 싶다는 남편 이야기에 수긍했다. 난 괜찮았다.
도대체 금리인상을 몇 번이나 하는거냐
한 명이 쉬고 나서 보니 이게 자연스러운 상태인가 싶었다. 한 명은 전담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 상태. 남편이 육아 휴직한 동안은 조마조마하고 쫓기는 듯한 기분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내가 안 되는 걸 하려고 해서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싶었다.
남편이 휴직하고는 밤에 애가 깨도 남편이 봐주고, 남편이 아이 등원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화장도 할 수 있었으며, 야근을 해도 신경이 덜 쓰였다. (남편의 휴직 전에는 남편이 아이를 하원 시키려고 아침 6시까지 출근을 했다. 내가 가끔 야근을 하면 좀비가 된 남편과 그 옆에서 놀아달라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아야 했다.) 특히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거나, 코로나로 아이 반이 폐쇄돼도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다.
매우 평온한 상태 ㅋㅋ
물론 맘 같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다. 남편은 밀린 집안일과 코로나와, 아이의 피부병으로 인해 기대했던 것만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했다. 나도 그런 남편을 신경 쓴다고 마음을 썼고, 서로의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느라 더 티격 대기도 했다.
그래도 남편 육아휴직은 정말 잘한 것 같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조금은 여유를 찾았고, 가족 간에도 단단해졌다.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맞벌이 부부로 돌아가는 게 걱정도 되지만 그것도 '해보지 뭐'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에도 해 본 일이고 아이도 좀 더 커서, 애초에 감당 안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의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소진돼서 어떤 일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자기가 육아휴직 하기 전의 우리 집을 타이타닉과 비교했다. 남편 앞에서는 부정했지만 사실 조금은 맞는 얘기다. 하길 잘했다. 남편 육아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