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공부를 했다. 새해 목표를 세울 때마다 영어 공부를 빼놓지 않았는데, 딱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시험이라도 봐야 공부를 하려나 라는 싶던 와중에 대학원 생각이 생겼다. 대학원을 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김에 토플 100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마침 때도 좋았다. 손목과 발목 관절을 다쳐서 남편에게 육아를 넘길 수밖에 없었고, 남편도 육아 휴직을 해서 평소보다 여유가 있었다.
공부는 집에서 독학으로 했다. 몸이 안 좋아 어딜 갈 상황이 아니기도 했고, 내가 나가서 공부하면 하루 종일 아이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원격 수업도 있지만, 그것도 고정적으로 시간을 빼기가 힘들 것 같아 안 했다.
'공부할테면 해보시지' 라고 하는 것만 같다 ㅋㅋㅋ
생전 처음 토플을 보면서 이렇게 이런저런 상황 다 고려하며 공부한다는 게 불안하긴 했지만, 일단 한 번 시험 보고 안되면 그때 생각해보자 싶었다.
서둘러 퇴근해서 저녁을 챙겨 먹고, 남편이 간단히 정리하는 동안 아이와 놀아주고 목욕시키는 것 도와준 후 공부에 돌입. 아이가 다시 나를 찾기까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시간이 났다. (중간에 방에 난입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1분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공부는 기본 교재와 온라인 모의고사 사이트, 암기 고래 앱을 이용했다.
- 교재: 해커스 리딩/리스닝/스피킹/라이팅/ 보카, 어셔 스피킹/라이팅
- 모의고사: 테스트 글라이더, 토플 공식 사이트
- 단어 암기 앱: 암기 고래
책을 버릴 수 있다는 기쁨! 수능 끝나고 책 버릴 때 후련하던 그 느낌 그대로
우선 테스트 글라이더에서 모의고사를 한 번 봐서 문제 유형을 파악했다. (첫 시험은 82점) 약한 분야나 유형을 확인하고 거기에 따라 공부했다.
- 리딩: 요약이나 추론 유형에 약해서 그 문제 위주로 풀었다. 읽는 속도는 빠른 편이라 꼼꼼히 읽는 연습을 했다.
-리스닝: 리스닝 점수가 제일 나았는데, 아무래도 이과 강의 관련 문제는 어려워서 그런 유형을 많이 풀어봤다.
-스피킹: 역시, 영어권에 살아본 경험 없는 나는 이게 제일 약했다. 매일 연습하고 녹음하고 스스로 피드백 주고를 반복했다. 템플릿도 외우고. 그래도 점수가 많이 오르지는 않은 듯...
-라이팅: 생각보다 스펠링도 약하고 관사!! 가 정말 엉망이었다. 기본 템플릿을 외우고, 관사 공부는 따로 했다. 내가 틀렸던 스펠링이나 관사는 모아놓고 계속 외웠다.
-보카: 해커스 보카 책을 하루에 1 챕터씩 외우고, 한 번 다 외운 후에는 하루에 2 챕터씩 복습했다. 그 외에도 내가 문제 풀다가 모르는 단어들은 따로 모아서 외웠다.
기본 방향은 위와 같았지만, 중간중간 모의고사를 보고 문제를 풀면서 공부 방식이나 집중할 분야를 미세하게 조정해 나갔다. (열흘에 한 번 정도)
독학이고 아이가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자칫 늘어질까 봐 엑셀에 매일 공부한 내용을 기록했다.
요롷게 적다보면 공부를 빼먹으면 티가 확 난다. 스스로 압박감 주기용
저녁 시간 만으로는 부족해서, 아침에 아이가 늦게 일어나는 날이면 30분 정도 씩 공부를 했다. 어차피 이 시간에 리딩/리스닝 풀기 전에는 집중이 안되고, 라이팅 하기엔 모자라서, 주로 스피킹을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회사 들어갈 때, 퇴근할 때는 암기 고래로 단어를 외웠다.
그림과 음성으로 단어 암기를 도와주는 암기 고래, 최고!
시험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는 이렇게 했다.
- 라이팅, 스피킹 템플릿 훑어보기
- 라이팅에서 내가 헷갈렸던 스펠링이나 관사들 훑어보기
- 리스닝과 리딩 한 세트 씩 풀어서 영어 감 익히기
시험 난이도는 무난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후회한 건 두 가지 있었다.
- 리딩에서 시간 배분에 실패했다. 첫 문제부터 우주 얘기가 나왔는데 과거의 잘 못된 이론부터 설명하니, 나는 안 그래도 영어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론조차 이해가 안 가니 거기서 시간 소모를 많이 했다. (그 부분을 넘어갔어야 했고 원래 이런 부분이 나오면 그렇게 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시험 때는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갔다가 다음 부분도 이해 못 할까 봐 + 혹시 나중에 안 풀고 지나갈까 봐 못 넘어갔다...) 나중에는 시간이 모자라서 급박하게 푸느라 압박감이 심해서 위까지 아팠다.
- 마이크 테스트할 때 내내 소리가 작게 나왔는데 시험 전, 스피킹 전 테스트 두 번 다 손들었지만 괜찮다고 해서 넘어갔다. 그러지 말껄... 왠지 그래서 점수가 조금 덜 나온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리딩 시간 배분을 잘 못해서 망했다 싶었는데, 막상 시험 직후에 나온 리딩과 리스닝 가채점 결과는 27/ 30! 얼떨떨했다. 그렇게 받고도 계속 불안했는데, 최종 결과가 100을 넘어 안도했다.
내 영어 실력이 간당간당해서 불안했었다. 영어에 거부감 있지는 않지만 잘하지도 않는다. 토종 한국인에 영어권 국가에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한 적도 없다. 외국인에게 업무 상 소통은 겨우겨우 하지만 수다는 어렵다. 영어로 된 콘텐츠를 정말 필요할 때 보기는 하지만 선호하지 않고.
파이낸셜 타임즈를 바탕 화면에 깔아두었지만... 거의 안 들어간다... ㅎㅎ
모의고사는 처음 봤을 때 82점이 나왔다가 이후에는 내내 90 후반이 나왔다. 1달만 결제해서 시험 전 2주는 모의고사를 못 봤었고.
그래도 짧은 시간에 턱걸이를 해낸 건, 꾸준히 방향을 점검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를 맡겨놓고 공부를 하다 보니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위에 말했듯 처음에는 한번 시험 보고 안되면 학원을 다니든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남편이 독박 육아로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원래라면 남편이 아이 어린이집 간 동안 쉬는 거였지만, 아이가 피부 질환이나 감기로 중간에 2주 정도 어린이집을 못 가면서 남편이 엄청 고생했다.) 이건 절대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었다. 내가 관절을 못 쓰는 기간 안에 끝내야겠다 싶어서, 최고의 효율로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도 잘 마쳤다. 관절도 많이 나았고. '남편, 고생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시험을 잘 마친 것도 기쁘지만, 몸도 마음도 가볍게 가족들과 다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기쁘다.
시험보고 오자 마자 딸내미와 나ㅋㅋ 육아 휴직 중 쓴 내 책의 절반은 울 엄마가 쓴거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내가 토플 점수 받은 것도 절반은 (어쩌면 99%는) 남편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