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아주 최소한의 영양

현실 밥상, 세상의 모든 육아인을 위하여

by 솜대리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쓰고 있자면 고백하자면 내 식단은 엉망진창이다.

대부분은 냉동식품, 배달, 레토르트 식품이고, 엄마가 가끔 해다 주는 반찬도 따로 꺼내 먹기 귀찮아서 반찬통 뚜껑만 열고 먹는다.


부끄럽지만 공개하는 현실 밥상. 이 날따라 얼마 안 남은 국도 통째로 먹었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주말이면 맛과 영양과 만듦새를 고려해 삼시 세 끼를 차려냈다. 재료도 항상 신선한 것으로만 계획적으로 사용해서 단문형 냉장고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엄마가 반찬을 줄 일이 없을 정도로 잘 차려 먹었고, 반찬통 그대로 반찬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파육 정도야 심심하면 했다. 구색을 위해 청경채도 곁들이고 마파두부도 하고.


불과 2년 여 전의 일인데 전생 같이 느껴진다. 지금은 아이 밥을 따로 차리니 내 밥에 신경 쓸 여력이 별로 없고, 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에 잠깐이라도 쉬는 걸 택한다. 맛도 만듦새도 모두 포기했다.


하지만 영양만은 최소한으로나마 신경을 쓰려고 한다. 출산하고 한참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관절과, 떨어져 가는 체력과, 그에 반해 점점 무거워지는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데 소모되는 체력을 생각하면 내 식단의 영양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아이를 지켜봐 주어야 하니까.


이렇게 몇시간 놀아도 돌아오는 차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면 다시 무한체력 원복하는 딸내미...


내가 하는 노력은 정말 최소한의 최소한이다. 하지만 이 것만 해도 식단의 영양가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영양관리나 팁이랄 것 까지도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팁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여기에 공유해본다.


대전제는,

섭취하는 음식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과일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뭐든 괜찮으니 배를 채우는 게 아니고, 가능한 다섯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려고 한다.


간편하게 되는대로 먹다 보면 식단이 탄수화물 위주로 기울기 십상이다. 아침에는 빵, 점심에는 라면, 저녁에는 피자 같은 식으로. 하지만 이렇게 나눠서 생각하는 것만으로 식단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침에는 빵을 먹었으니 점심에는 김밥, 저녁에는 치킨 이런 식으로라도 말이다. 딱 이거 한 가지만 염두에 두고 있자.


다소 막연할 수 있을까 봐 내가 일상에서 쓰는 방법들을 조금만 더 공유해보려 한다. 특히 채소는 재고 관리가 어려워 잘 안 사게 되는데 나는 채소 섭취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쓴다.




- 김밥을 기억한다.

김밥처럼 맛있고, 균형 잡히고, 저렴한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채소와 단백질도 모두 들어있으니 김밥 하나로 식단의 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 방울토마토를 사둔다.

요리를 전혀 해 먹지 않더라도 방울토마토는 먹을 수 있다. 먹을 때도 그냥 씻어서 먹으면 되니 간편하다.


- 냉동 야채를 사용한다.

자주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재고 걱정을 할 필요 없다. 손질까지 되어있으니 간편하다. 라면 끓일 때나


- 뭔가 끓이거나 볶을 때는 냉장고를 털자.

라면이든 양념육이든 뭐든 좋다. 뭔가 끓이거나 볶을 때는 냉장고에 있는 아무 채소나 집어넣는다. 본 적 없는 조합이라 할지라도 좋다. 채소를 넣어서 망할 음식은 거의 없다.


- 조금 요리를 한다면, 상추나 콩나물을 사놓자.

두 채소는 저렴하고 활용도가 높다. 상추는 맨 밥에 쌈장만 넣고 싸 먹어도 되고, 비빔밥에 넣어도 되고, 샐러드 야채로 써도 된다. 나는 순대도 잘 싸 먹는다. 콩나물은 라면에 넣으면 시원하고, 양념육을 볶을 때 넣어도 되며, 남으면 밥할 때 넣어 콩나물 밥으로 먹는다. 양념장을 안 만들더라도 간장과 참기름만 넣어먹어도 괜찮다.


좀 더 다채로운 영양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잡곡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 나는 밥을 할 때는 보리와 콩을 섞는다. 보리는 영양가가 풍부해 가난한 이를 위한 슈퍼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잡곡에 비해서도 싸다. 콩으로는 식물성 단백질을 추가할 수 있다. 즉석밥은 흰밥보다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산다. 조금 비싸지만 영양제를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외려 경제적이다.


- 빵은 가능한 통밀이나 잡곡빵을 산다. 단, 통밀빵을 처음 살 때는 성분표를 살피자. 이름만 통밀빵이지 대부분이 일반 밀가루고 통밀은 아주 소량만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통밀은 흰 밀가루에 비해 다른 영양성분들이 들어가 관리가 쉽지 않고 빵으로 만들면 거칠기 때문이다. 기왕 산다면 가능한 비율이 높은 걸 사자. 좀 번거롭더라도 한 번만 잘 찾아 두면 다음부터는 그걸 사면된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있다.


- 아침으로는 미숫가루도 좋다.

아침 대용식이나 선식도 많이 나오는데, 미숫가루의 존재를 잊지 말자. 포장이나 네이밍이 다르지 대부분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 훨씬 싼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 멸균 우유나 두유가 있으면 편하다.

고기 요리를 하자면 번거롭고, 그렇다고 혼자 먹는데 배달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럴 때 유제품(+두유)나 계란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있으니 멸균 우유나 두유가 있으면 편하다. 아마 아이가 있다면 기본으로 이미 있을 것 같지만. 상비 단백질로 좋다. (냉동 낫또도 추천한다.)




아예 집에 뭘 구비해 놓지 않고 외식이나 배달만 한다면, 다시 위의 대 전제로 돌아가면 된다. 오늘 먹은 음식이 탄수화물 등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는지, 다른 쪽의 외식/ 배달 선택지는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실행할 수 있다. 일단 지금은 이렇게 최소한의 건강을 지켜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수를 경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