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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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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04. 2023

남편의 집안일 솜씨 + 당근마켓과 정신 건강

휴직 2일차



하루 만에 집이 깨끗해졌다. 믿을 수가 없다.

딸내미를 등원시키고 굳은 결심을 하고 집에 들어왔지만, 정리할 엄두가 안 나서 열심히 당근만 했다. 물론 일단 팔 거 팔고 보자는 계산으로 한 거고 그렇게 해서 물건들을 많이 처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나절 열심히 움직였어도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당근에 올릴 건 다 올렸으니 이제 그만 치울까 싶었지만 기진맥진해서 포기했다.


그랬는데, 남편이 집에 와서 1시간 반 동안 혼자 왔다 갔다 하더니 집이 깨끗해졌다. 드디어 바닥에 물건들이 없어져서 매트를 다시 깔 수 있었고, 딸내미도 좋은지 드러누웠다.




가구를 다 뺀 후라 물건을 넣을 곳도 없었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남편한테 엄청 탄복했다. 우리 집 정리와 청소는 거의 남편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 10년 내공이 있는 것 같다. 뭐든 10년 하면 경지에 다다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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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에 마저 당근을 하다가 (ㅎㅎ) 점심 즈음 운동을 하고 왔다. 어제도 집 치울 엄두가 안 나서 딸내미 등원하고 운동을 하고 왔는데, 오늘은 당근을 하다 보니 지쳐서 뭔가 리프레쉬가 필요해서 운동을 갔다.

당근은 물건을 재사용하도록 해준다는 측면에서 지구에 좋은 플랫폼이지만, 정신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요즘 한참 빠져있는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에서, 현대인들은 핸드폰 알람이 언제 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상 정신이 분산되어 있고, 이건 중요한 가속 노화 인자라고 얘기한다.



특히 나처럼 이사 때문에 당근을 하는 사람은 계속 핸드폰을 쥐고 살 수밖에 없는데, 확실히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어제 운동할 때는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 즐거웠는데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혹은 퇴근 직전에 정말 급하게 잠깐씩 살려고 운동한다.) 오늘은 물건은 잘 가져갔는지, 또 누가 알람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운동을 한 기억도 많이 안 난다. 1차로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남은 것 중에서도 비싸거나 정말 쓸만한 물건만 팔려고 한건데 그래도 내겐 너무 과도했나보다.

끊임없는 대화의 향연...어제부터 12개 올렸고 6개 팔았다.


환경 보호도 중요하고 내 정신 건강도 중요한데, 당근도 적당히 중도를 찾아서 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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