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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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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08. 2023

출국 전, 평생 기억에 남을 가족 여행(의 호러)

휴직 3-4일 차



지난 주말, 친정 식구들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출국이 며칠 안 남은 시점이라 원래는 차분하게 짐이나 쌀 계획이었지만, 몇 주 전 시댁 식구들과 다녀온 여행이 좋았어서 급하게 계획했다. 미국으로 나가기 전에 친정 식구들과도 여행을 다녀오고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리고 여러 추억과 생각을 안고 돌아왔다.



1. 극성수기 휴가를 경험했다.

8월 초 극성수기 휴가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이 정도일지 몰랐다. 어렵게 구한 숙소는 사람이 미어터져 커피를 사 먹거나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도 어려웠고, 식당에서는 주인이 서빙 대신 음주만 하고 있는 내 인생 최악의 서비스를 경험했으며, 날씨는 너무 더워 잠깐 야외에 나가는 것도 힘들었다. 나와 있는 모든 이들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계란 후라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던 스톤가든


2. 나의 기득권을 돌아보았다.

한참을 기다려 간신히 이용한 수영장은 불편했다. 락커룸 바닥에 물이 너무 흥건하고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찝찝했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 내가 이용한 락커룸들은 모두 호캉스 갔던 호텔이나 회사 헬스장에 속한 곳으로 직원 여럿이 상주하며 깨끗하게 관리를 했다. 그래서 더 락커룸의 상태에 반감이 들었던 것 같다.

내 주변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쥐가 나오던 곳에서도 잘만 자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결코 다르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며 너도 기득권층이라고 했다. 나를 조금 더 명확히 인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1000원 짜리 조각 케익도 사줄 수 있다


3. 코뼈가 부러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한숨이 나온다. '한 번은 좋은 경험이지'라고 넘어갈만했던 극 성수기 여행이 '호러'가 된 건 이것 때문이다. 물놀이를 마친 딸내미가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졸려하길래 재우려고 누웠었다. 처음에는 분명 나란히 누워 있었는데 요 놈이 잠이 깼는지 자꾸 뒹굴 거렸다. 그러다 점프를 시작하더니 결국 침대로 점프 낙하를 하다가 뒤통수로 내 코를 깼다. 내가 졸고 있었는지 피하려고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처음에는 딸도 너무 당황해서 꾹 참았다. 그러다 도저히 안돼서 응급실에 갔지만, 대기도 길고 기다려도 당장 처치는 어렵다고 해서 돌아왔다. 그때까지는 오직 가족 간 저녁 시간을 날린 게 아쉬웠다.

하지만 결국 월요일에 간 병원에서 코뼈가 골절되었다고 진단받았다. 수술을 해야 한단다. 나는 목요일 출국 예정인데! 코 보다도 골치가 더 아픈 이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엉엉엉엉어엉엉어ㅓ어어어어어아아


절대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가족과 좋은 추억을 쌓고 오려고 간 여행인데, 목적의 절반은 이루었다고 해야 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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