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11일 차
어제 퇴원을 했다.
다행히 시부모님이 와주셔서 집안일과 육아의 일손을 나눌 수 있어, 주말 내내 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머님이 오시기 전에 ‘며느리 병구완하게 되었네’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다.
원래라면 내가 먼저 미국에 사전 준비차 떠나 있고 남편과 아이만 몇 주 한국에 남아 있을 예정이었어서, 시댁과 친정에 번갈아 가며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부모님이 계획대로 올라오신 건데 내가 계획 밖의 수술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이런 상황이 생겼다.
나는 시부모님이라고 딱히 친정부모님보다 더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다. 친정 부모님이 왔는데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 누워만 있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불편함 정도만 있다.
좋은 게 더 많다. 온 가족 코로나 걸려서 혼자 증상이 심했을 때도 한 끼도 빼놓지 않고 가족들 식사를 챙겨야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에서 절반은 벗어나 매끼 맛있는 집밥을 먹는다. 가뜩이나 미국 생활을 앞두고 있어서 더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시부모님이 고생이시다. 며느리는 참 불편한 존재일 것 같다. 잘해줘도 신경 쓰이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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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서는 계속 진물이 난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고 몸이 힘들어 좀처럼 뭘 하기가 쉽지 않다.
주말 내에 사전수업 두어 개는 들었지만, 짐정리는 크게 하지 못했다. 그냥 큰 욕심 내지 않고, 남은 것들은 못하고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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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남편과 짐정리로 투닥거렸다. 시부모님도 계신데.
둘 다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화나는 걸 참고, 남이 화내는 걸 참아줄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을수록 다툼의 횟수가 증가한다. 부모님의 간헐적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미국 생활이 좀 걱정이다.
미국 가서는 가능한 최대로 여유롭게 지내며 나를 잘 챙겨야겠다. 전에는 남이 우선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욱해도 한번 참고, 남의 여유도 챙겨볼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