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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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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14. 2023

시어머니의 며느리 병구완 + 다툼

휴직 10~11일 차


어제 퇴원을 했다.


다행히 시부모님이 와주셔서 집안일과 육아의 일손을 나눌 수 있어, 주말 내내 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늘 아이 낮잠 시간에는 동네 카페에 가서 사전 수업을 들었다



어머님이 오시기 전에 ‘며느리 병구완하게 되었네’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다.


원래라면 내가 먼저 미국에 사전 준비차 떠나 있고 남편과 아이만 몇 주 한국에 남아 있을 예정이었어서, 시댁과 친정에 번갈아 가며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부모님이 계획대로 올라오신 건데 내가 계획 밖의 수술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이런 상황이 생겼다.


나는 시부모님이라고 딱히 친정부모님보다 더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다. 친정 부모님이 왔는데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 누워만 있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불편함 정도만 있다.


좋은 게 더 많다. 온 가족 코로나 걸려서 혼자 증상이 심했을 때도 한 끼도 빼놓지 않고 가족들 식사를 챙겨야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에서 절반은 벗어나 매끼 맛있는 집밥을 먹는다. 가뜩이나 미국 생활을 앞두고 있어서 더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시부모님이 고생이시다. 며느리는 참 불편한 존재일 것 같다. 잘해줘도 신경 쓰이는 존재.


-


코에서는 계속 진물이 난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고 몸이 힘들어 좀처럼 뭘 하기가 쉽지 않다.


주말 내에 사전수업 두어 개는 들었지만, 짐정리는 크게 하지 못했다. 그냥 큰 욕심 내지 않고, 남은 것들은 못하고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쉬려고 한다.


-


이 와중에 남편과 짐정리로 투닥거렸다. 시부모님도 계신데.


둘 다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화나는 걸 참고, 남이 화내는 걸 참아줄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을수록 다툼의 횟수가 증가한다. 부모님의 간헐적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미국 생활이 좀 걱정이다.


미국 가서는 가능한 최대로 여유롭게 지내며 나를 잘 챙겨야겠다. 전에는 남이 우선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욱해도 한번 참고, 남의 여유도 챙겨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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