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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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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23. 2023

비행과 기숙사 입성

미국 0-1일 차



비행기는 힘들었다. 허리가 아파서 잠을 거의 못 잤다. 나이 든 유학생 티가 난다며 혼자 웃었다.


그래도 하와이안 항공이라 하와이 맥주도 마셔보고 오디오북 들으며 어찌어찌 잘 갔다


입국 심사 때도 심사원이 내 나이를 보고 흠칫했다. 비자와 입학서류를 보고 ‘Smart girl!‘ 이라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우쭈쭈 해주었는데, 생년월일 체크하면서 살짝 놀랐다ㅋㅋ (물론 여자들을 다 girl이라고 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girl이란 단어가 점차 안 맞는 나이다 ㅋㅋ)


비행기도 힘들게 타고 왔고, 공항에서도 짐이 경유지에서 안 왔다고 잘못 통보받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래도 기숙사 입성은 잘 해냈다! 오히려 ‘이제 뭔가 풀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 짐 찾느라 택시 픽업 시간에 늦었는데 기후변화 공부하는 학생이라며 기사님이 수수료도 안 받으셨고,

- 기숙사도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바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줬고,

- 분실된 줄 알고 전전긍긍했던 친척언니의 이불 선물도 잘 도착해 있었다!

- 무엇보다도 집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오래되긴 했지만 벽도 하얗게 칠해져 있고 바닥도 마루였다. (창문들이 다 주변 건물 벽을 마주해서 빛이 안 들고, 큰 창이 옆 빌딩 실외기를 마주해서 상시 시끄럽고, 굉장히 지저분하고, 벌레가 아주 많지만… 예상한 것에 비하면 괜찮다! ㅋㅋ)

일단 마루라 다행!


일단 가장 중요한 기숙사 입성에 성공하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이후에는 필요한 물건들을 사느라 마트를 2군데 투어 하고, 무한으로 아마존 쇼핑을 하고, 밥은 길거리 음식과 버거로 때웠다. 한국에서 밤에 출발하는 경유 비행기를 타고 24시간을 넘게 와서 또 저녁까지 버티니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큰 산은 넘었다고 해도, 혼자 와서 이것저것 챙기려니 첫날부터 막막하고 힘들었다. 남편이랑 딸이 엄청 보고 싶어졌다.

길거리에서 산 타코가 너무 맛이 없었다…


그래도 혼자 먼저 오길 잘했다 싶다. 딸이 와서 지낼만한 환경은 전혀 아니라서 ( 일단 물티슈로 변기만 닦다가 토할 뻔했다. 냉동실에도 죽은 벌레가 열 마리는 넘었다…) 내가 먼저 오길 잘했다.


출장도 아니고 육아를 할 필요도 없으니, 천천히 시차적응하면서 되는대로 일하면 된다. 그리고 아무리 엉망이라도 잘 자리는 마련해 뒀다. 차근차근해 나가자는 생각을 하며 저녁 7시 반에 잠들었다. 내 침대에서 일어난 지 50여 시간 만이었다 ㅎㅎ


힘들어서 학교는 못 찾아보겠다 싶었는데, 저녁 사러 나갔다가 메인 캠퍼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우리 과 건물을 만났다! 괜히 힘이 살짝 나던 순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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