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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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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24. 2023

설마 빈대인가...

미국 2-3일 차



몇몇 친구들이 맨해튼 좋냐는 질문을 해왔는데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까진 내가 맨해튼에 온 건지 청소업체에 취업한 건지 모르겠다. 2일~ 3일 차 점심때까지 무얼 했냐면...


[2일 차]

- 이케아 40여 아이템 주문  

- 아마존 추가 아이템 주문

- 외화 결제 카드 2개에 돈 옮기게 시스템 오류/ 전산 제한으로 안돼서 전전긍긍

- 미국 현지 은행 계좌 개설 예약

- 페인트 덧칠 요청

- 냉장고 점검 및 교체 (왔다 갔다 직원 3번 방문)

- 블라인드 수리 (왔다 갔다 직원 3번 방문)

- 청소기 바닥 창틀 몰딩 위 돌리기

- 밀대로 바닥 5번 닦기

- 도저히 안 되겠어서 기숙사에 재 청소 요청


[3일 차 오전]

- 페인트 덧칠 진행

- 미국 은행 계좌 개설



2일 차까지는 힘들었다. 혼자 하니 힘들어서 남편이 엄청 보고 싶었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콘센트 부분이 휘어 버렸을 때 울컥했고, 마루를 닦아도 닦아도 먼지가 시꺼멓게 나올 때도 화가 났다.


청소기 2번 밀고나서 쓴 걸레. 앞뒤로 썼고 3장을 더 썼으니 22개를 쓴 셈이다. 팔목 나가겠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빈대가 있는 것 같다.

냉장고에 죽어있던 벌레들과 똑같이 생긴 벌레가 지나가길래 찍어봤다. 쟤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첫날 자고 일어났는데 4군데 정도 벌레 물린 자국이 있었다. 그것도 2-3방 연속으로. 둘째 날 다시 자려니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기숙사 관리인에게 사진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새 것인 이불과 매트리스는 들춰봐도 아무것도 안낭오는데,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 몰딩 때문인가 싶다. 자면서 4군데 정도 더 물렸고 간지러워서 잠을 설쳤고, 아침에 기숙사 관리인이 아무래도 빈대 같다고 했다. 전문 서비스를 신청했으니 기다리란다. 언제 올지도 몰라서 무한 대기 중이다.


이런식


울고 싶다. 빈대만 아니면 좋겠는데. 딸내미는 아토피가 심하다. 빈대까지 물리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인터넷을 보면 한번 방역으로 안 끝나서 결국 이사 간다는 말도 있다. 이사를 가자면 딸내미 학교도 옮겨야 한다. 옮기려면 얼마나 대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사를 간대도 이미 우리 짐에 다 붙어 버렸으면 어쩌나. 딸내미와 남편이 처음부터 같이 안 와서 천만다행이지만 동시에, 혼자 이 일을 다 겪고 시차 때문에 누구에게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으니 막막하다. 울고 싶다 정말.


무슨 일이든 그렇듯 이 또한 지나가겠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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