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Aug 26. 2023

바퀴벌레와의 전쟁

미국 4일 차 저녁



나도 비위가 강하진 않았다. 진짜 이럴 줄 몰랐다. 학생 때는 여행 다니며 쥐가 나오는 곳에서 잔 적도 있고, 웬만큼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건 잘 참는 편이다. 그런데 맨해튼의 120년 넘은 건물은 정말 힘들다.


저녁에 싱크대 청소를 했다. 토 나올 줄 알고 밥을 먹고 시작했다. 검은 가루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다. 잘 모르지만 바퀴벌레 똥일 것이었다. 역시나 청소를 하다 보니 바퀴벌레와 바퀴벌레 사체도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원래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편이지만 요즘엔 그럴 수가 없다. 이걸 닦은 걸레를 절대 다시 쓸 수는 없다. 물티슈로 여러 번씩 싹싹 닦았다. 더 이상 바퀴벌레 똥이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ㅠㅠ


구석구석 잘 닦아내려다 보니 맨손으로 물티슈를 잡고 닦았다. 인터넷에서 산 바퀴벌레 약도 쳤다. 바퀴벌레가 많이 잡히길 바라는 동시에 바퀴벌레가 많이 잡히면 그걸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됐다. 기숙사 홈페이지에서 바퀴벌레 소독약 살포도 요청했다. 모두 끝내고 나니 내 손 끝과 옷과 머리가 그렇게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옷은 빨래통에 넣고 온몸을, 손톱 아래까지 싹싹 씻었다. (이 와중에 반신욕을 해볼까 물을 틀었더니 놋물이 받아졌다. 그래서 여기 와서 내 머리카락과 손이 그렇게 빳빳해졌구나 ㅠㅠ)


몇번을 받아봐도 이 색깔… 실제로 보면 더 진하다. 조금은 예상한 사태라 샤워기 필터를 사놨는데 펜치가 없다.


여기 와서 바퀴벌레 때문에 별로 밥 맛이 없다. 처음이 가장 힘들긴 하겠지만 아마 이 전쟁은 맨해튼에 사는 1년 동안 계속되겠지… 진짜 다음 집은 무조건 새 집으로 갈 거다.


그래도 드디어 전자레인지, 세제가 와서, 가지고 온 그릇에 냉동식품 데워서 든든하게 저녁 먹었다! 냉동식품 먹을 수 있다는게 이렇게 행복할 수가
매거진의 이전글 충전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