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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Sep 06. 2023

대학원 개강, 으아 큰일이다

미국생활 15-16일 차




2주에 걸친 벌레와의 전쟁을 끝내니 어느덧 개강이 이틀 남았다. 문제가 일단락 지어져서 그런지 개강이 코앞이라 그런지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10년도 넘었다. 공부도 가물가물한데 영어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니. 설레는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캠퍼스는 슬슬 신학기 모드로 접어들었다. 개강 전 날은 노동절인데도 신입생 대상 각종 부스도 열리고  아카펠라 경연대회 같은 행사도 열렸다. 푸르른 신입생들을 지나가니 나도 괜히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수업 준비도 했다. 강의 계획서를 다시 읽고, 읽기 숙제들도 했다.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모든 수업에서 미리 읽어오라는 것들이 있었는데, 수업 하나만 해도 읽어야 하는 페이지가 60페이지에 이르렀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도서관에서 하는데 일단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로스쿨 수업 준비 차 법학 도서관을 찾아갔더니 거긴 이름만 법학 도서관이지 내부는 강당과 사무실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찾아갔더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서 층마다 일일이 가보고야 잘 못 왔다는 걸 확인하고 돌아 나왔다. 돌아 나올 때도 나오는 문을 못 찾아서 한참 헤맸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간신히 찾아간 진짜 법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기 숙제를 시작했다. 책 값만 300 달러에 다다르는데, 첫 수업을 들어보고 안 맞을 수도 있어서 더듬더듬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헝 진도가 안나간다


한자리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었다. 일단 이렇게 집중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회사에서는 맨날 여기저기서 일이 치고 들어와서 집중이란 걸 할 수가 없고, 집에서도 애랑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집중하는 것 자체도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너무 낯설었다. 미국 에너지 규제에 관한 책이었는데 법률적인 것들 보다도 오만가지 미국 정부 기관명과 낯선 지역들이 등장해서 버벅거렸다. 1시간에 꼭 한 번은 일어나서 한 바퀴 돌고 와야 다시 볼 기력이 났다.


리딩은 힘들었지만 수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첫 수업은 그나마 나았다. 한국말로 하면 '환경 정책의 기초' 같은 수업이었는데, 이렇게 포괄적인 내용은 오히려 할 만하다. 영어 때문에 집중력을 요하긴 했지만 할만했다.


문제는 로스쿨 수업이었다. 위에 언급한 바로 그 읽기 숙제를 내 준 수업. 에너지 나 법에 대한 지식도 영어도 모두 부족한 데다가 나이 든 교수님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도 않았다. 억지로 억지로 듣고 있는데, 나중에는 케이스를 얘기하는데 저 단어가 지역명인지 내가 모르는 단어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행히 수업 녹화본을 제공한다고 해서 마지막 10분은 그냥 넋 놓고 있었다 ㅋㅋㅋ


그래도 로스쿨 강의실은 좋더라…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남편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아무래도 나는 글렀으니 육아를 잘 부탁한다고 ㅋㅋ 내일 수업도 2개고 아직 읽기 숙제는 다 못했는데 큰 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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