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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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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Sep 10. 2023

가족 상봉

미국생활 19일 차



남편과 딸내미가 입국했다. 시간 맞춰 공항에 마중 나가기 위해서 아침 수업을 듣다가 중간에 나섰다. 입국 심사나 짐 찾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수업을 끝까지 듣고 나서도 됐지만,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 있고 싶었다.


공항을 가는 내내 설렜다. 대중교통 두 번을 갈아타고 1시간 반을 가는데, 딱히 오래 걸린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다른 가족이 눈물의 상봉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괜히 울컥했다.


두근두근!


비행기가 착륙하고 나서부터는 남편과 문자가 됐다. 낮 시간인데도 실시간으로 남편과 연락이 되는 것부터 좋았다. 딸내미는 비행기에서 1시간 밖에 자지 못해 내리자마자 유모차 위에서 잠들었다고 했다. 그 이후 입국 심사나 짐 찾는 과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입국 심사는 어린 딸내미 덕에 패스트 트랙을 타서 30분 만에 마칠 수 있었고, 짐도 금방 찾아 착륙 후 1시간 만에 만날 수 있었다.


하이고 고생했다


한 손으로는 뻗은 아이를 태운 유모차, 한 손으로는 트렁크 4개가 실린 카트를 밀고, 아이 냉장 약이 든 아이스박스에 백팩까지 멘 남편을 만났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눈물의 상봉을 할 시간은 없었다. 아이와 냉장약을 생각해서 포옹 한 번을 하고 빠르게 우버를 불렀다.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진짜 고생 많이 했겠네'라고 했다. 100년이 넘은 낡은 건물,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퀴퀴한 냄새, 집 안에서 거의 터지지 않는 인터넷이 영화 '기생충'을 연상하게 한단다. 이 낡은 집을 그래도 여기까지 만들어 내느라 고생 많았다고, 이젠 자기한테 맡기라고 했다. 그리고 짐은 우선 꺼내야 정리가 된다며 트렁크에서 모두 짐을 다 꺼내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연결 찾는 남편… ㅋㅋ 기생충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아이는 5시간을 내리 낮잠을 잤고, 남편도 중간에 1시간 조금 넘게 잤다. 그 사이 나는 (인터넷이 안되니 집 밖에 나가서 ㅎㅎ) 아이 Pre-K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아이가 볼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저녁을 준비했다. 남편과 아이가 오니 할 일도 많아졌고, 휑하던 집도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지만, 이제 좀 사는 것 같다.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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