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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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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Sep 11. 2023

가족과의 첫 뉴욕 나들이

미국생활 20일 차


어젯밤 남편은 밤 10시까지 버티다 잠들었고, 아이는 1시까지 나와 놀다가 잤다. 새벽부터 뒤척이던 그들은 6시부터 신나게 놀기 시작했고, 나는 오래간만에 밤 육아에 기가 빨렸는지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세균이 묻은 나쁜 블럭들을 장갑끼고 가둬놓는 딸내미…ㅋㅋ


뉴욕에서의 첫 아침식사는 베이글이다! 셋이 같이 근처의 베이글 가게를 갔다. 베이글 세 개와 커피를 집에 사 와서 먹고, (나름 맛집인데, 아이도 조금 먹다 말고 남편은 '베이글은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라고 물었다.) 셋이 함께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아이가 오면 꼭 함께 가려고 생각했던 곳이다.


딸내미는 이미 뉴요커 ㅋㅋ


공룡 화석과 동물 박제와 각종 체험 공간에서 아이는 물론이고 남편도 정말 즐거워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는 것만 해도 좋았고. ㅎㅎ


포유류 관찰 중인 딸내미 ㅎㅎ


집에 돌아와서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아이는 낮잠에 들었고 남편과 나는 각각 일기를 쓰고 있다. 환경만 바뀌었지 한국에서의 주말 낮과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남편과 아이가 오니 이제야 일상이 잡혀가는 느낌이다.


뉴욕이 처음인 남편은 나가서도 그렇고 일기를 쓰면서도 그렇고 계속 새로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뉴욕이 새롭지 않아서 처음 외출했을 때도 도시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 덕에 뉴욕을 다시 보고 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다녀야 하는데 길거리에 노숙자와 깨진 병이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노숙자가 우리나라 보다 많은 게 아니라 여기 노숙자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 사람들 옷차림이나 행동도 훨씬 더 자유롭고.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많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단다.


확실히 그렇다. 브래지어 착용의 자유는 내가 일상에서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는 브래지어를 안 하고 다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나는 지금 여기에서 브래지어 얘기를 하는 것도 조금 조심스럽다.) 하지만 여기는 브래지어를 안 하고 다니는 여자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가끔 지하실에 빨래를 하러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집에 있던 차림 그대로 브래지어를 안 하고 나선다. 그게 얼마나 큰 자유인지 남자들은 절대 모른다.


여기서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남들이 뉴욕에 간다고, 뉴욕에 갔다고 부러워했을 때는 그저 해야 하는 일들을 쳐내기 급급했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드디어 설렌다. 이제 정말 뉴욕 생활이 시작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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