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Oct 11. 2023

미국 애들은 말을 진짜 잘한다



미국 애들은 진짜 말이 청산유수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창하게 얘기를 해나간다.


-


상황 1. 예를 들어, 조모임을 시작도 안 했는데 교수가 조모임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으면, 내가 멍 때리는 사이에 옆에서 'on our way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며 조모임 일정 잡은 것과 그때까지 해오기로 한 걸 (별 것도 아닌데) 되게 그럴듯하게 얘기한다.


상황 2. 한 번은 사전 리딩 과제의 이런 이런 부분에 대해 두 명씩 짝지어서 얘기해 보라는 시간이 있었다. 걔도 나도 똑같이 사전 리딩을 안 해왔다. 둘이 서둘러 토론할 내용을 찾았고 어설프게 얘기를 나눴다. 나는 '사전 리딩 해올걸...'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내 짝은 손들고 우리끼리 토론한 내용을 발표를 했다. 5분 내 내용을 파악하는 건 내가 더 빨랐지만, 나는 그럴 생각도 못했는데. 말은 어김없이 청산유수다.


상황 3. 말만 그럴듯한 게 아니다. 콘텐츠나 논리도 그럴듯하다. 수업 전 discussion board에서 사전 리딩 과제에 대해 미리 토론하는 수업이 있는데, 똑같은 질문을 가지고 비슷한 시간에 나와 다른 친구 한 명이 글을 올렸는데, 그 친구의 질문이 내용 상으로도  훨씬 정치적이고 세련되었다.

나는 문제 제기와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순히 물었다면 얘는 ’선을 어디 그음 좋겠느냐‘ 라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


미국 아이들이 청산유수인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1. '안다'의 개념이 우리랑 다르다.

미국 애들은 대학교에서 2학기 배운 언어도 '할 줄 안다'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처음 미국 회사들과 파트너십 할 때는 유의해야 된다. '한다'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안다'인지 더블 체크 해야 한다.


2. 어려서부터 토론 수업에 익숙하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수업은 정말로 토론 식이다. 교수의 말에 반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원이라 더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하다못해 초등학교 수학 시간도 토론 위주란다. 어려서부터 자기 생각을 준비하고 손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훈련을 받아온 사람들과 우리가 상대가 되기 어렵다.


이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꽤 큰 문제다. 안 그래도 우리는 우리에게 편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데, 논리나 수사에서도 딸리기가 쉽다. 요즘 교육은 많이 바뀌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토론 수업이 더 필요하다.


-


게다가 나는 더 어려운 것이, 회사를 다니면서 토론을 하지 않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궁금해하지 않고, 정해진 의사 결정을 따르는 훈련을 받다가 손을 들고 내 생각을 얘기하려니 어렵다.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처음에는 기후를 공부하겠다고 와서, 영어를 추가로 배우게 되었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생각하고 얘기하는 법도 배우는 거였다.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 허허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 가족 이주 +1달 적응 현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