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들은 진짜 말이 청산유수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창하게 얘기를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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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예를 들어, 조모임을 시작도 안 했는데 교수가 조모임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으면, 내가 멍 때리는 사이에 옆에서 'on our way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며 조모임 일정 잡은 것과 그때까지 해오기로 한 걸 (별 것도 아닌데) 되게 그럴듯하게 얘기한다.
상황 2. 한 번은 사전 리딩 과제의 이런 이런 부분에 대해 두 명씩 짝지어서 얘기해 보라는 시간이 있었다. 걔도 나도 똑같이 사전 리딩을 안 해왔다. 둘이 서둘러 토론할 내용을 찾았고 어설프게 얘기를 나눴다. 나는 '사전 리딩 해올걸...'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내 짝은 손들고 우리끼리 토론한 내용을 발표를 했다. 5분 내 내용을 파악하는 건 내가 더 빨랐지만, 나는 그럴 생각도 못했는데. 말은 어김없이 청산유수다.
상황 3. 말만 그럴듯한 게 아니다. 콘텐츠나 논리도 그럴듯하다. 수업 전 discussion board에서 사전 리딩 과제에 대해 미리 토론하는 수업이 있는데, 똑같은 질문을 가지고 비슷한 시간에 나와 다른 친구 한 명이 글을 올렸는데, 그 친구의 질문이 내용 상으로도 훨씬 정치적이고 세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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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들이 청산유수인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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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다'의 개념이 우리랑 다르다.
미국 애들은 대학교에서 2학기 배운 언어도 '할 줄 안다'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처음 미국 회사들과 파트너십 할 때는 유의해야 된다. '한다'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안다'인지 더블 체크 해야 한다.
2. 어려서부터 토론 수업에 익숙하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수업은 정말로 토론 식이다. 교수의 말에 반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원이라 더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하다못해 초등학교 수학 시간도 토론 위주란다. 어려서부터 자기 생각을 준비하고 손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훈련을 받아온 사람들과 우리가 상대가 되기 어렵다.
이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꽤 큰 문제다. 안 그래도 우리는 우리에게 편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데, 논리나 수사에서도 딸리기가 쉽다. 요즘 교육은 많이 바뀌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토론 수업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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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더 어려운 것이, 회사를 다니면서 토론을 하지 않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궁금해하지 않고, 정해진 의사 결정을 따르는 훈련을 받다가 손을 들고 내 생각을 얘기하려니 어렵다.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처음에는 기후를 공부하겠다고 와서, 영어를 추가로 배우게 되었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생각하고 얘기하는 법도 배우는 거였다.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