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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Oct 15. 2023

컬럼비아 대학에서 느끼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갈등

미국생활 54일 차



지난 월요일,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도서관으로 가는데, 광장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유대교 표식인 다윗의 별 모양으로 촛불들이 놓여 있었고, 이스라엘 국기를 싸맨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었다.



한 사람이 나서서 얘기하는데 들어보니 이스라엘이 침략당했고 많은 사람들이 납치되거나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폭발했다고 뉴스가 도배되어 있었다. 요즘 뭐가 바쁘다고 뉴스도 못 챙겨봐서 부끄럽게도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을 처음 알았다. 그 자리에서는 그저 무겁고 복잡한 마음으로 잠시 서 있다가 자리를 떴는데, 이후 분위기가 점차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도서관에 들어가니 팔레스타인을 비판하는 종이들이 벽마다 붙어 있었다. 아랍 학생들도 많은데 괜찮을까 싶었다.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는 원래 출입하던 문이 잠겨 있었다. 빙 돌아 정문으로 들어가려니 신분증 검사를 했다. 뒤늦게 메일을 확인해 보니, 학교에서 언론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안전이 우선이라 캠퍼스 출입을 제한한다는 알 수 없는 메일이 와 있었다.


며칠 간 하루에 두통 씩 캠퍼스 출입 제한과 사태에 대한 메일이 왔다


이유는 한국 뉴스를 통해서 알았다. 도서관 앞에서 이스라엘 학생 하나가 아랍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했단다. 어제 시위 전후로 일어난 일인 걸까 싶었다. 수업을 듣는데, 과 단체 방에 아랍 친구 한 명이 장문의 글을 올렸다. 4시 반에 아랍 학생들의 집회가 있다는 얘기였다. 조심스러운 논조로 이 사태의 근원을 따지고 있었다.


받은 메시지 속 이미지


집회 시간에는 다른 일이 있어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집회 장소를 지나고 있는데, 그때도 집회가 한창이었다. 모두가 누웠다가 모였다가 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집회도 집회지만, 집회지 주변에 이스라엘 국기를 둘러맨 학생들이 모여있어 신경이 쓰였다. 경찰도 있고 언론도 많이 와서 심각한 문제로는 번지지 않겠지만, 보는 내 마음이 다 아슬아슬했다.


시위 참여자, 경찰, 언론, 지켜보는 사람 (+이스라엘 학생들)로 난리가 닜다


아랍 학생들 집회 날에는 아랍 학생들이 붙인 전단지로 다시 학교 벽이 도배되었는데 (전 날 이스라엘 학생들의 전단지는 학교에서 뗀 건지 아랍 학생들이 뗀 건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후로도 학교에서 몇 번의 이메일이 오고, 학교 내 붙은 전단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다음 날(금요일)은 타임 스퀘어에서 아랍인들의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 것도 과 채팅창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와서 알았다. 아는 한인 분들에게 당분간 몸 조심 하자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한국이었으면 그저 마음 아프게만 생각했을 일인데, 뉴욕에 나와 있으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긴장될 만큼 가까이 와닿는다. 남편과 내내 뉴욕이나 서울이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물가와 미세먼지 제외) 이번 사태로 내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지정학적 위치를 가진 외국에 나와 있다는 걸 확연히 느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니 더 관심도 가고, 더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든 피해가 적은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평화적으로 갈무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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