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Oct 21. 2023

참관 수업 + 차이나 타운 + 네트워킹 행사

미국생활 60일 차



오랜만에 데일리 일기 ㅎㅎ 오늘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아이 참관 수업.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첫 참관 수업이었다. 늘 입구에서 아이와 헤어지는데 처음으로 학교도 들어가 봤다. 학교도 교실도 굉장히 넓었다. 18명이 지내는 교실이 40평은 되어 보였다. 옥수수 전분에 색깔 물을 넣어 반죽하고 노는 수업을 하고 부모들은 지켜보았다.



아이는 활동 자체는 잘했는데, 활동 앞뒤로 선생님이 설명하거나 감상을 나누는 부분은 전혀 끼지 못했다. 주로 가만히 잘 앉아 있었지만, 지루한지 딴짓을 할 때도 있었고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제지당할 때도 있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한국이었으면 누구보다 활발하게 말했을 텐데. 그래도 마지막에 노래를 부를 때는 어지간히 따라 해서 기특했다. 아이고 내 새끼.



참관 수업이 끝나고는 남편과 차이나 타운을 갔다. 2주 전부턴가 남편이 드디어 뉴욕을 다녀볼 마음이 생겼다고 했는데, 시간 맞는 날이면 비가 와서 (지난 9월은 지난 100년 간 가장 습한 9월이었다고 한다. 10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못 가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왔는데, 남편이 관두자는 걸 강행했다. 이러다간 영영 못 갈 것 같아서. 가지 말자던 남편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좋아했다 ㅋㅋ


차이나 타운을 가기 전에는 그 유명한 카츠델리에 갔다. 나는 가봤지만 남편은 가본 적이 없었고, 그래도 뉴욕을 구경한다고 나섰는데 여길 거를 수 없었다. 항상 줄이 늘어서 있는데, 다행히 비 오는 평일 아침 9시 반은 그렇지는 않았다. 혼자 왔을 때는 바로 제일 유명한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시켰다면, 이번에는 함께 유명한 콘비프와의 차이를 물었더니 두 가지를 시식하게 해 줬다. 둘 다 소금 염장이지만 파스트라미가 조금 더 기름기가 많은 부위라서 더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파스트라미로. 전에는 반 개만 먹고 나머지는 포장해 갔는데, 이번에는 남편이랑 같이 가서 나눠 먹으니 딱 맞았다. 반 개도 먹다 보면 처음에는 엄청 맛있지만 나중에는 고기가 너무 많아 물리는데, 한입 남겨도 남편을 주니 아깝지 않고 ㅋㅋㅋㅋㅋ 같이 얘기하면서 먹고 카츠델리가 나온 유튜브를 잠깐 같이 보고 또 얘기하니 재밌었다.



차이나 타운도 재밌었다! 뉴욕에서 한동안 지내다 가니 훨씬 더 차이나 타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생활 잡화도 식료품도 쌌다. 한국에서 쓰던 것보다는 품질이 떨어지거나 대중적인 제품들이었지만, 뉴욕에서는 그것도 감지덕지다. 남편과 두 눈을 붉히며 쇼핑했다. 뉴욕에 사는 아시아인들이면 다 그럴 것 같다. 잡화샵에서 아이 놀이용 풍선이랑 생일 초도 사고,  식료품점에서 각종 중국 간식과 채소, 훠궈 재료들도 샀다. 유튜브에서 본 차이나 타운의 역사를 따라 길을 되짚어 보기도 했고,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중국 델리에서 간식을 사 먹고 감탄하기도 했다.


신라면 노랑과 초록도 나중에 먹어봐야지!


두부 푸딩과 중국 연잎밥인 쫑즈, 중국 두유인 또장을 사 먹었는데 다 맛있었다! 두부 푸딩은 순두부에 시럽을 뿌려 먹는 건데, 남편은 그걸 먹더니 오랜만에 이런 걸 먹으니 위장이 엄청 반기는 느낌이라고 좋아했다. 나도 처음에 뉴욕 왔을 때 며칠 만에 쌀밥을 먹고는 같은 기분을 느낀 적 있었다. 남편도 참 나 따라와서 고생이 많다.


흑설탕 시럽을 넣어 먹다 찍어서 이렇지만 ㅋㅋ 엄청 고소하고 맛있었다!


원래는 근처 소호에 바지를 사러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소호로 가려면 리틀 이태리를 지나야 했는데, 내가 자꾸 가게에 들어갔다 ㅋㅋ 일단 리틀 이태리에 접어들자마자 치즈샵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소 우유로 만든 세미 하드 계열의 치즈를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추천해 준 두 가지 모두 너무 맛있어서 둘 다 샀다. 나야 먹을 거에 잘 혹하지만 원래 좀처럼 혹하지 않는 남편도 혹해서 흐뭇했다. 다음에 치즈 사러 또 와야지.



나오는 길에 같은 가게에서 올리브유와 식초를 팔길래 멈칫했고, 옆집에 와인을 팔고 있어서 또 고민했고, 그 옆에 수제 파스타 가게가 있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끊임없이 걸음을 멈추는 걸 보고 남편은 빵빵 터졌고, 그 와중에 남편도 엄청 즐거워해서 좋았다. 아이 하원 시간도 있어서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아쉬웠다. 남편과 자주 데이트 해야겠다. 다음은 아마 리틀이태리다 ㅎㅎ


파스타샵 쇼윈도우, 알록달록 귀엽고 예쁘다 ㅎㅎ


소호에서 빠르게 바지를 사고, 남편은 아이 하원 차 계속 집으로 향하고 나는 중간에 내려서 마트도 들렀다. 뉴욕 대중교통은 한 번은 환승이 가능해서, 보통 한번 탄 김에 잠시 내려 장을 보고 오곤 한다 ㅎㅎ 집에서는 조금 멀지만 내가 좋아하는 로컬 마트에 가서 커피도 사고, 레드와인 식초도 사고, 빵도 사고, 수제 피클과 소시지도 샀다. 아 행복했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잠시 간식시간을 가지고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서둘러 리포트를 쓰고는 저녁에는 학교에서 하는 동문 행사에 참여했다. (가족들이 먹을 저녁은 어젯밤에 준비해 뒀다. 바쁘다 바빠 ㅎㅎ) 동문 네트워킹 행사에 학생 자리도 몇 개가 있었는데 운 좋게 되었다. NYC climate week에서 한번 네트워킹 행사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동문 행사니까 그래도 한번 가볼까 싶었다. 집 근처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진짜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동문이고 말고 모르는 사람들과 계속 인사하고 헤어지고 하는 건 쉽지 않았고, 이런 자리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필요한 네트워크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기업 출신들이 궁금한데, 이런 곳은 스타트업이나 파이낸스, 프리랜서들이 많았다.


동문들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들의 와인을 제공했는데, 그건 참 좋았다 ㅎㅎ


그리고 학생이 여기 끼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말을 나누다 보면 일한 경력이 좀 있으니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는데 (물론 처음에는 동양인이라 다들 어리게 본다. 이게 나처럼 뒤늦게 학교 온 사람이 네트워킹하거나 일자리 구할 때는 오히려 손해인 것 같기도 하다.), 학생들은 쉽지 않아 보였다. 돈 내고 네트워킹 하러 온 동문들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상대해 줄 이유는 없으니, 애쓰는 아이들이 안타까우면서 동문들 입장도 이해가 갔다. 어쨌건 행사시간 2시간은 버텼는데, 내일도 이어지는 행사에서는 밥만 먹고 간단히 아는 사람들과 수다 떨다 나올까 싶기도 했다. ㅎㅎㅎ 이런 랜덤 한 네트워킹은 이제 끝. 잘 배우고 나왔다.


밥도 잘 먹고 ㅎㅎ


바쁜 하루였다. 거의 3일을 하루에 산 느낌. 그래도 즐거웠다. 한국에서는 바쁘면 주로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바빴는데, 여기서는 바빠도 내가 원해서 바쁜 거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물론 딸내미의 학교 생활을 엿본 것도, 남편과 오래간만에 데이트한 것도, 네트워킹 행사에 가서... 는 주는 밥 먹고 와인 마신 건 좋았다 ㅎㅎ 처음에는 진짜 집도 학교 생활도 패닉이었는데 (뉴욕 상륙 60일 만에!) 이제 진짜 정신을 차려 가는 것 같다. 바짝 즐겨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 첫 시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