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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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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Oct 24. 2023

휴직하고 딸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미국생활 63일 차




오늘은 바쁜 하루였다. 아침 8시에 딸내미 등원을 따라갔다가 (나는 하는 게 없으므로 따라간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수업 2개를 갔다가 오지랖을 부려하게 된 커리어 멘토링을 잠시 했다. 그러니 5시. 급한 숙제를 하고,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 오늘은 딸내미가 좋아하는 떡국을 했다. 하는 김에 집에서 나와 사는 교포 2세 동기도 불렀다. 남편은 운동을 하고 싶어 해서 하고 오라며 내보냈다.


고수를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떡국에도 고수를 잔뜩 넣어먹는다 ㅋㅋ


딸내미와 동기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딸내미는 우리와 잘 놀았다. 중간중간 동기와 대화를 하긴 했지만, 딸내미가 점차 적극적으로 같이 놀고 싶어 해서 동기가 온 지 1시간이 조금 지나서부터는 45분 정도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럴 줄 알고 오늘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마음이 쓰였다.


잘 노는데 왜 굳이 동영상을 보여줬을까 싶었다. 물론 동기가 왔다고 남편을 내보내고 같이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던 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있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이 일이 마음에 걸리는 건, 요즘 내가 미국에 와서 오히려 아이와 시간을 적게 보내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서다.


토요일 도서관에서 과제하다가 찍은 지나가는 남편과 딸내미


매 주말 함께 놀러 다니긴 하지만, 평일에 함께 상호작용하는 시간은 어째 더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둘이 등원하면서 같이 얘기도 했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이 잠들면 저녁에 내가 아이를 재웠다. 주말이면 남편과 번갈아가며 쉬느라 혼자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남편이 전적으로 아이를 보고, 나는 학교에 치이고 집에 있는 시간에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해놓느라 시간을 보낸다. 등원길과 저녁식사를 매일 하긴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도 했던 일이다.


아이가 동영상을 다 보고 나서는 남편도 오고 동기도 떠나고,  과제가 밀려 남편이 혼자 아이를 재우러 들어갔으니, 아이가 동영상 보기 직전의 그 시간이 하루 중 아이와 상호작용을 했던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던 거다. 힝. 플레이 데이트를 데리고 나가긴 하지만, 그때는 또 같이 간 아이와 함께 놀아주려 하다 보니 아이와 일대일이 잘 안 되고.


남편이 찍어보낸 딸내미 사진. 바로 이 뒷 건물에 내가 있었는데 ㅜ


아이는 전반적으로는 부모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아하고 있고. 아이의 등원길과 저녁식사를 매일 함께할 수 있는 것만 해도 행복한 상황이란 걸 알고 있다. 그래도 휴직하고 뉴욕을 온 건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함도 있었는데, 평일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니 아이러니하다.


아이는 잘 지내고 있긴 하다. 나랑 놀고 싶어 하긴 하지만 아빠랑 늘 행복하게 놀며 싸우며 울며 (?!) 지내고 있고. 나도 중간고사에 학교 행사에 바빠 최근 아이와 시간을 유독 못 보내기도 했다. 남편이 이 글을 보면 또 애는 괜찮은데 너무 애쓴다고 할 것 같다. ㅎㅎ 그래도. 내일부터는 아이와 하루 10분이라도 꼭꼭 시간 내서 일대일로 집중해서 함께 놀아야겠다. 어찌됐건 내가 그러고 싶다. ㅎㅎ


미끄럼틀 함께 탈 걸 강요하던 지난 주말의 딸내미 ㅎㅎ 지금 있는 거실 옆방에서 자고 있는데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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