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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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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08. 2023

뉴올리언스 여행 1일 차

미국생활 77일 차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이 도시만의 바이브가 있다. 일단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예쁘고, 거리에 아기자기한 노점상이나 자잘한 소품샵들도 느낌 있고, 바마다 하는 라이브 공연도 좋다. 과제가 잔뜩 몰렸지만 강행했는데, 보람이 있다.


이런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섰는데 생각보다 공항도 한산하고 비행기도 연착돼서 많이 기다렸다. 아이는 피곤한 것에 비해서는 잘 버텨줬지만 평소보다는 힘들어했고, 힘든 남편도 아이 때문에 힘들어해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에 내리니 모든 게 좋았다! 공항부터 쾌적했고 날씨도 따뜻했고 호텔까지도 가까웠다. 호텔도 주요 관광지인 프렌치쿼터에서 도보 15-20분 떨어진 곳으로 잡았는데, 알고 보니 마켓과 공연 거리가 가까운 곳이라 더 좋았다.


호텔에 도착하니 밥 먹을 때라서 점심부터 먹었다. 호텔 근처에 굉장히 평점이 높은 델리가 있어서 그곳에서 포보이 (육류와 튀긴 새우 혹은 생선이 함께 들어간 샌드위치)와 치킨, 잠발라야와 더티라이스를 사서 프렌치 마켓으로 향했다.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여긴 맥주 브루어리들도 많다.


프렌치 마켓은 전통 시장 같은 곳인데 가운데 음식 먹을 자리가 있어서, 날씨와 분위기를 누리며 점심을 먹었다. 햄과 새우튀김, 치즈가 범벅인 포보이는 요즘 군것질만 하려는 아이가 잘 먹어서 좋았다. (이것도 몸에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보단 낫다.) 치킨은 델리 특성상 식고 뻣뻣했지만 일반 프라이드임에도 향신료를 많이 쓰는 뉴올리언스 덕에 여러 향이 더해져서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꾸덕하게 올라간 치즈 소스와 함께 먹어도 덜 느끼했고. 잠발라야와 더티라이스는 두 개가 비슷하게 감칠맛 폭발하는 고기 파에야 느낌이었는데 무난하게 함께 먹기 좋았다. 찾아보니 차이는 잠발라야는 간(내장)이 많이 들어가고 더티라이스는 간 고기를 많이 쓴단다.


왼쪽이 잠발라야 오른쪽이 더티라이스. 생긴 것도 비슷하다


참고로 뉴올리언스는 음식으로 아주 유명하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통치를 번갈아가며 받고, 흑인 문화도 발달해서, 음식문화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섞여 발달했다. 미시시피강과 호수들을 접해서 민물고기를 많이 먹어, 민물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써왔다고도 한다. (이젠 거의 전직이 되었지만 ㅎㅎ) 음식탐험가인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여행지였다.


밥을 먹고는 마켓을 구경했다. 반은 먹거리, 반은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악어 기념품이 많았다. 과제에 치이다가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온 여행이라, 뉴올리언스가 악어로 유명하단 걸 이 기념품들을 보고 알았다. 기념품들은... 놀랍게도 진짜 악어를 쓴 것들이 많았다. 말린 악어 머리, 말린 악어 손이 있었는데, 아이가 말린 악어 머리를 산다는 걸 잘 설득해서 손을 바꿨다. 아이는 여행 내내 그걸 들고 다녔는데 나는 볼 때마다 오싹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런 걸 누가 사나 했는데 나 같은 부모들이 사는 모양이었다.


ㅠㅠ


프렌치 마켓에서는 마침 가을 축제 중이라 컨츄리 밴드가 공연을 한창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 아이가 먼저 공연장으로 찾아들어가 2-30분 간 집중해서 음악을 들었다. 뉴올리언스는 음악과 재즈의 도시인데, 아이가 있어서 재즈는 정말 포기하고 왔었는데 신기했다. 너무 재밌단다.


음악의 도시에서 나름 유명한 마켓의 축제에 서는 분들이라 그런가, 잘했다!



나는 잠깐 듣다가 이 기회에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맛있는 베녯을 판다는 곳에 가서 (구글 피셜) 줄을 섰다. 베녯은 프랑스 디저트로 튀긴 도넛에 잔뜩 슈가파우더를 올린 것이었다. 도넛 + 설탕이니 맛이야 상상한 대로였지만 식감이 진짜 좋았다. 밀도가 높은데 아주 부드러웠다. 그 두 조합이 성사되기가 어려운데 정말 인상 깊었다. 나중에 베녯으로 가장 유명한 프렌치쿼터의 카페 드 몽드에도 갔는데 이 맛은 안 났다. 쓰다 보니 또 먹고 싶다.


겉바속부!!


갔다 와서는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근처에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하는 거리라는 프렌치먼 스트리트로 갔다. 아이가 프렌치 마켓의 컨츄리 음악 공연을 잘 보기는 했지만 딱히 기대는 안 하고, 더 늦기 전에 거리만 얼른 구경하자 싶어서 갔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가 이 공연들도 좋아했다. 저녁 5시 경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들은 벌써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처음 공연하는 가게에 바로 '여기 들어가자!' 하더니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듣다가 우리한테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다가 장단을 맞췄다. 아이랑 같이 와서 재즈는 기대도 안 했는데, 덕분에 우리도 음악 감상을 잘했다.


첫번째 공연자는 탭댄스 팀, 아이는 젤 앞에 앉아 꼼짝도 안하고 봤다.



두 개 밴드 공연을 봤는데, 한 밴드는 탭댄스 공연자가 함께였고 한 밴드는 하모니카 연주가 메인이었다. 탭댄스야 당연히 재밌었고, 하모니카 공연도 하모니카의 재발견이었다. 그렇게 하모니카 소리가 멋지고 재즈에 잘 어울리는 줄 몰랐다.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괜찮을까 걱정하고 귀를 막아줬더니,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피곤한지 7시가 갓 넘었는데 잠들었다.


하모니카의 재발견!


덕분에 육퇴도 일찍 맞이해서 나 홀로 재즈바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즐기기로 했다.) 밤의 프렌치먼 스트리트는 더 활기가 넘쳤다. 홍대 밤거리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가장 평점이 높은 바로 들어갔는데, 음식도 팔고 테이블도 있던 아이와 갔던 가게와 달리 공연 위주의 바였다. 몇 개 바 자리 빼고는 모두 스탠딩이었고 술도 캔맥주 위주로 팔았다. 멀리서 음악을 듣다가 가까이 가서 리듬을 조금 타며 몸을 까딱거리기도 했다. ㅎㅎ 나는 음악은 잘 모르고 음악을 주의 깊게 듣는 편도 아니지만, 적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음악인건 확실했다.


나 같은 몸치도 저절로 흔들거리는 공연!


호텔로 돌아가는데 가게마다 제각각의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음악에 둘러싸인 적이 내 인생에 있었나 싶었다. 향신료를 때려 넣은 음식들도 흥미롭고 ㅎㅎ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더 불야성이었드


재밌는 도시다. 술에 재즈가 위주니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올 곳은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도 시켜주고 나도 즐거우니 됐다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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