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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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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17. 2023

대학원 적응

미국생활 78일 차



어느덧 첫 학기도 절반이 훨씬 지났다. 요 며칠 부쩍 부담이 줄었다고 느꼈다. 적응이 되어가나 보다.


과제의 양은 여전히 많다. 이번주 내가 했거나 한 일을 보면, (수업 외에) (1) 1200자 에세이 하나, (2) 1000자 에세이 하나, (3) 기후 과학 사전 온라인 수업 1시간, (4) 기후 과학 문제 풀이 40개쯤, (5) 수업 전 간단한 사전 온라인 디스커션 2개, (6) 프레젠테이션 하나, (7) 리서치 페이퍼 사전 준비, (8) 인터뷰 2개, (9) 짧은 비디오 촬영 1개 다. 여기에 원래 400장 정도의 사전 읽기 과제가 있지만 그건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중요해보이는 부분만 보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과제를… 딱 뉴올리언스에서만 노트북을 덮었더란다. 일년 과정이 이렇게 빡실 줄이야…


처음에는 양도 부담스럽고, 과제 하나하나 그 자체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과제 자체에 부담은 안 느낀다. 어느 정도 하면 될지 감이 잡힌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특정 국가의 분야 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찾아야 하면, 동일 연도에 동일 기준 데이터를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무료 공개 데이터로는 찾기가 어렵다.) 이제는 그냥 찾는 대로 쓰면 된다는 걸 알았다. 온라인 디스커션도 생각 나는 대로 쓴다. 해야 하는데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조교를 찾아간다. 회사 일과는 다르다.


바쁘게 지내는 건 마찬가지다. 하루를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아침과 저녁에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 외에는 5분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앉아 있으면 과제를 하고, 걸어갈 때는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온라인 장보기를 하고. 그 와중에 남편과의 시간도 챙기고, 남편 자유 시간도 챙기고, 여행 계획도 짜고, 일기도 쓰고 10분이라도 운동도 한다. 멍 때리는 시간도 챙겨야 하는데 그건 아직  못하고 있다. 회사 다닐 때랑 비슷하게 쉴 새 없이 돌아가는데,  그래도 공부에서 부담이 줄어드니 숨통이 좀 트인다. ㅎㅎ


아이와 미드 타운 나들이 갈 때는 지하철에서 아이가 동영상 보는 동안 핸드폰으로 리딩을 하고 … ㅎㅎㅎ


그전에도 이런 시기가 올 줄은 알았지만 갑갑했다. 뉴욕 생활을 즐겨야 된다는 마음에 놀러 나가도 어딘가 부담스럽고. 그런데 이제는 드디어 편해지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적당히 적응한 사이 딸내미는 이미 핵인싸가 되었다. 남편이 매일 데리고 나가는 놀이터에서는 그냥 골목대장이란다. 목소리도 제일 크고, 아이들이랑 적당히 소통하면서 같이 잘 어울려 놀고. (물론 앉아서 조근조근 노는 조용한 애들보단, 몸으로 뛰어노는 애들과 주로 논다.) 학교 갈 때마다 정말 씩씩하게 잘 간다. 한국에서 보다 훨씬 잘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놀이터 핵인싸 ㅋㅋ


남편도 잘 지낸다. 매일 자기가 하고 싶은 달리기를 하고, 근처에 달리기를 같이 하는 친구도 있고, 아이는 안정적으로 노는 곳이 생겨 애 보는 것도 조금 마음 놓았고.


참 감사하고 다행인 일이다.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일 년 과정인 걸 감안하면 벌써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더 열심히 놀러 다녀야겠다 ㅎㅎ


오늘은 간만에 날이 너무 좋아서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잠시 공부했다 ㅎㅎ 날씨도 틈틈히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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