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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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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21. 2023

브라이언트 파크 크리스마스 마켓

미국생활 81일 차



뉴욕에는 두 개의 주요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있다고 한다 ㅋㅋ) 하나는 브라이언트 파크, 하나는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리는 마켓이다. 아직 11월 중순이지만 두 개 다 이미 시작되어서, 이번 주말은 브라이언트파크부터 가보았다.


브라이언트파크는 미드타운 한가운데 있어서 이게 아니라도 워낙 사람도 많고 행사도 많이 열리는 곳이다. 그런데 겨울에는 아이스링크장,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마켓도 서서 사람이 더 미어터진다. 우리는 일요일 아침 10시 반쯤 갔는데 이미 사람이 많았다.


일요일 아침 10시 반 풍경


평소 잔디가 있는 곳은 아이스 링크로 변해서 사람들이 아침부터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스케이트장이 이미 꽉 찼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다음 타이밍에 들어갈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


나중에 남편과 한번 쯤 타러와볼까 싶다


스케이트장 옆에는 엄청 큰 트리가 서 있었는데 진짜 나무였다. 미국에 와서 신기한 것 중 하나가 목재가 흔하다는 거다. 록펠러 센터의 트리도 진짜 나무던데 도대체 이렇게 큰 나무를 어떻게 매년 수급하는지 모르겠다. 대륙은 대륙이다. 테이블이 깔려 있던 곳은 임시 상점들이 들어섰다. 먹거리, 식재료 (향신료),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팔았다.


아이는 장식마다 하나하나 가리키며 ‘나는 이게 제일 예뻐!’ 하며 좋아했다 ㅎㅎ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 가게 중 한 군데에서는 결국 지갑을 열고 말았다. 뉴욕 테마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데, 즉석에서 원하는 문구도 써넣어줬다. 기념품으로 너무 안성맞춤이라 안 살 수가 없었다. ㅎㅎ 식재료 가게들도 재밌었다. 핫소스나 트러플 버터/오일, 카레, 메이플 시럽, 꿀 등을 파는데, 엄청 다양한 향신료들을 보면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 시식도 해보고. 먹거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었다.


버번 위스키 통에 숙성한 메이플 시럽은 진짜 버번 향이 많이 났다!



우리는 핫초코, 위스콘신식 커드 (치즈 비슷한 것) 튀김, 피클 튀김을 사 먹었다. 샌드위치나 꼬치, 커피도 팔았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들 위주로 ㅎㅎ 핫초코는 우리나라랑 비슷했다.


잘 녹는다고 ‘no chewing allowed’ (씹기 금지) 라는 이름의 샵이었는데, 초콜릿을 하나씩 핫초코에 넣어줬다. (그리고 그 초콜렛이 진짜 녹아 사라졌다!)


위스콘신식 커드 튀김은 작은 모차렐라 치즈 튀김 같은 거였는데 껍질이 약간 매콤했고.


추운데 칼로리 보충은 잘 될듯 ㅎㅎ


피클 튀김이 재밌었다. 피클 튀김이라는 게 있다는 건 알지만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새콤한 오이랑 두꺼운 튀김옷, 랜치 소스가 잘 어울렸다.


매콤하고 기름진 맛이 잘 어울리는 할라피뇨 튀김보다는 덜 맛있겠지 했는데, 피클의 새콤한 맛 때문인지 얘가 더 맛있었다!


신기한 건 그 가게에서는 피클 꼬치 (!)나 피클 샘플러 (!)도 팔았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커다란 오이 피클 하나를 막대기에 꽂아 사람들이 우적우적 씹어 먹었는데 신기했다. 나도 가끔 입이 텁텁하면 김치만 먹기도 하는데... 신기했다. 특히 피클 샘플러는 큰 오이 피클 6개를 그냥 주던데. 이 피클 가게가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였는데, 줄 선 사람들이 4-50%는 피클 튀김이 아니라 피클을 주문했다. 신기했다.


피클 꼬치!!


미드타운은 거의 우리 생활 반경이나 마찬가지인데, 남편은 이런 곳도 아이랑 나오는 건 딱히 반기지 않았다.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나마 브라이언트 파크는 한 번쯤 가봐야지 생각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여기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다. 브라이언트 파크 바로 옆에 그 유명한 뉴욕 공립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는 지금은 거의 상징적인 건물로 남아 전시나 열람실만 운영하고 진짜 도서관은 옆에 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건물 지하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서 남편은 내가 향신료 샵을 구경하고 장신품을 구매하는 동안 아이와 거기에 가있었다. 나도 곧이어 갔는데,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과는 비교도 안되게 좋았다. 책도 엄청나게 많았고 아주 작지만 놀이 공간이나 별도 행사 공간도 있었다.


어린이 책만해도 보이는 양의 4배는 족히 더 있는듯


남편이 혼자 아이를 보고 있는 게 신경 쓰였는데, 남편은 나도 원하는 대로 구경을 하고 자기도 아이랑 잘 있어서 아주 좋았다고 했다. 나도 좋아하고 아이한테도 잘 맞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남편도 만족할 장소를 찾기란, 단순히 놀러 갈 곳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겠지만 이런 장소들을 찾아봐야겠다. 어찌 되었건 다음 주에 유니언스퀘어 마켓은 가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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