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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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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27. 2023

추수감사절 연휴 + 뉴욕의 일상화

미국생활 86-88일 차



수요일부터 무려 5일을 쉬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과제를 할 때도 있었지만, 주로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냈다. 추수감사절 이후 3일은 내내 가족들과 맨해튼에서 보냈다.


금요일은 유니언스퀘어에서 하루 종일 놀았다. 원래는 거기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갔는데, 마켓이 열리기 직전에 잠시 들어간 놀이터에서 아이가 너무 잘 놀아서 아예 거기서 자리를 잡고 놀았다.


크리스마스마켓 연지 1분만에 이렇게 복잡해졌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나는) 브라이언트 파크가 더 나았다. 유니언스퀘어는 브라이언트 파크에 비해 향초나 공예품이 많았는데, 딱히 굉장히 눈에 뜨이는 가게는 없었다. 먹거리나 향신료 가게는 겹치는 곳들도 있었고.


  

Yuca라는 구황작물 튀김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쫀득한 감자튀김 느낌


놀이터에서 놀다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좋았다. 바로 옆에 유명 서점 체인인 반스 앤 노블스도 있어서 잠시 들어갔다 나왔고, 현지인들이 추천을 많이 하는 베이글 가게도 있어서 사다가 먹었다. 나중에는 유명 커피 체인인 라콜롬브에 들어가서 몸도 녹이고. 마지막엔 홀푸즈 마켓에 가서 장을 잔뜩 봐서 돌아왔다.



  

지금까지 먹어 본 베이글 중 제일 나았다. 나는 좀 더 쫀득하고 시즈닝도 많이 묻은 베이글 윗면을 더 좋아하는데, 여기는 베이글 양면이 모두 윗면이었다. 겉바속부도 훌륭하고!


토요일은 MET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갔다. 즉흥적으로 간 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아이 킥보드는 반입도 안되고 보관도 안 된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왜 가져갔나 싶긴 하다. 여기서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서 워낙 킥보드 의존도가 높아진 것 같다. 도저히 안돼서 남편이나 나 둘 중 한 명이 킥보드를 들고 돌아가려고 했더니, 아이 얼굴을 봐서 보안 데스크에서 맡아줬다. 여긴 물가가 비싸니 어딜 가든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데 그것도 반입이 안된다고 했다. 남편한테 그냥 버리자고 했더니 아이가 안된다고 나가서 먹고 오겠다고 울상이라서 나가서 셋이 추운데 벌벌 떨면서 서둘러 먹고 왔다. 아이한테도 우리의 헝그리 정신이 옮은 걸까. ㅎㅎ


아침부터 줄이 장난 아니었다


전시관에서는 남편이 아이한테 또 예민해질까 봐, 내가 혼자 아이를 보고 남편은 혼자 전시를 보았다. 중간에 혼자 전시 보던 남편이 아이가 장난치는 걸 보고 와서 매섭게 혼내는 바람에 살짝 화가 나긴 했지만, (남편이 아이를 보고 있을 때 내가 육아에 참견하면 남편이 정색하는데, 사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우리 부부 둘 다 육아에 엄청 에너지를 쏟는데 스타일이 달라 많이 부딪히는 것 같다.) 남편을 더 멀리 보내고 우리는 우리끼리 노는 걸로 해결을 보았다. 나중에는 셋이 같이 조각상들도 보고 카페도 가고 잘 놀다 왔다.


잘 보면 앞에 아이가 있다 ㅋㅋ


저녁에는 다른 한국 유학생 가족을 초대해서 놀았다. 그 집도 아내가 유학을 하고, 남편이 와서 아이를 보는 케이스였다. 우리처럼 남편이 한국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 왔던 드문 케이스라 재밌게 놀았다. 다른 가족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아이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을 지금은 많이 잊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때에 비하면 진짜 지금 고생이나 남편과의 투닥거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고.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이젠 딱히 새롭게 갈 곳도 없었다. 나는 어지간히 가봤어도 가족들과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곳도 별로 없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도 다른 마켓과 비교가 되고, 베이글도 내 나름의 맛집 순위가 생기고, 유명 박물관도 딱히 알아보지 않고 부담 없이 간다. 진짜 이젠 로컬이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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