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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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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25. 2023

진짜 미국의 추수감사절!

미국생활 85일 차



추수감사절 연휴에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일을 해냈다. 바로 미국 가정에서 추수감사절 보내기! 운이 좋게도 대학원 동기의 부모님 댁에 초대받았다. 이 동기는 한국인 교포 2세인데, 추석을 앞두고 얘기하다가 '보통은 추석을 쇠지만 이번 추석에는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하길래 추석 당일 저녁에 우리 집에 초대했었다. 별로 차린 것도 없었는데 좋아해 줘서, 그 이후로도 떡국이나 미역국 같이 한국 음식을 할 때마다 간혹 집에 불러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초대를 받은 거다!


추석 당시 우리집엔 냄비랑 후라이팬이 하나 뿐이고 그릇도 없어서 불고기, 잡채, 김치찌개만 겨우 했다. 지금봐도 초라하네 ㅋㅋ


동기가 맨해튼에 나와 살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 댁도 기차로 1시간 거리라 가까웠다. 기차를 타고 갔더니 동기와 동기 아버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3시쯤 갔는데 저녁 9시까지 놀다 왔다. 그 시간 내내 먹고 마셔서 나중에는 배불러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진짜 명절 같은 느낌이었다.


우선 웰컴 드링크 & 주전부리가 이 정도. 치즈에 석류알을 올려서 뚝뚝 잘라 크래커랑 먹으니 엄청 맛있었다!


들어가서 와인과 야채&랜치소스/ 치즈&크래커 플래터로 시작해서 먹고 얘기하다가, 다른 손님들이 와서 또 그 사람들과 먹고 마시다가, 저녁 시간이라 먹고 마시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라 칩을 먹으며 보드게임하며 마시다가, 또 디저트를 먹었다. 집이 워낙 크니까 식당, 지하, 거실 등등 장소만 바꿔도 1차 - 2차 - 3차 느낌으로 리프레쉬가 되었다.


나는 처음 먹는 추수감사절 음식을 제일 기대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음식은 많이 먹어봤는데, 생각해 보니 의외로 칠면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터핑 (속에 채우는 음식 재료들)은 넣지 않고, 칠면조 따로 스터핑 따로 요리해서 그런지 거대한 닭고기 오븐구이 느낌이었다.

생긴 것도 비슷하다. 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컸다


그래도 오븐에 오래 구워내고 그레이비 (육즙 소스)도 부어 먹으니 촉촉하고 좋았다. 추수감사절 저녁으로 많이 먹는 캔디드 얌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맛있었다. 얌이라는 구황작물을 얇게 썰어 설탕과 버터와 함께 구워낸 요리였는데, 방법이 조금 다른 맛탕의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채소 수프, 뇨끼, 구운 그린빈, 매쉬드포테이토, 샐러드, 구운 브뤼셀 스프라우트, 마리네이드 한 방울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등이 있었다. 진짜 맛있고 푸짐하고 다양하게 먹었다.


가운데 아코디언 감자 같이 생긴게 캔디드 얌. 얌 자체는 고구마와 감자 중간 정도 느낌이었다.



기회가 되면 나도 한번 미국식 추수감사절 음식을 준비해보고 싶다. 음식도 만들어 보고 싶지만 한국 명절 음식 준비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명절 음식 준비가 힘들긴 하지만, 어쩐지 미국은 한국 보다는 좀 덜할 것 같다. 미국은 육수나 소스, 스터핑도 따로 많이 팔고, 그릇도 접시 하나에 각자 음식을 덜어 먹으니 설거지 거리도 덜 나올 것 같고. 한번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디저트는 홈메이드 치즈케이크와 펌킨파이. 남편은 이 치즈케이크를 먹더니 다른 손님들에게 주니어스 갈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건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얘기고, 우리 말고도 손님이 다섯이나 더 있었는데 어떻게 동기 어머니 혼자서 그 많은 손님을 다 치를 엄두를 내셨는지 모르겠다. 또 우리가 가는데 동기 어머니는 남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시고, 동기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집까지 태워주셨다. 기차역에 왜 이렇게 안 도착하나 싶었는데 맨해튼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기 덕분에 명절을 정말 명절처럼 보냈다.


매일 삼시세끼 찍는 기분으로 사는 나로써는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ㅠ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즐기는 나도 좋았고, 아이도 잔뜩 그 집 강아지와 놀고 어른들에게 이쁨도 받고 잘 지냈고, 남편은 저녁이나 디저트 타임에 먹는 족족 감탄을 해대서 손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 ㅎㅎ 다음번에는 내가 동기가 좋아한다는 갈비찜을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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