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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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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01. 2023

나는 친구가 필요해

미국생활 91일 차



예전 동료가 뉴욕으로 출장을 왔다. 미국인 여자앤데, 나이도 비슷하고 상황도(워킹맘) 성향도 비슷해서 친하게 지냈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둘 다 미국 동부로 가게 돼서 만나면 좋겠다 말만 했었는데, 둘 다 바빠서 연락을 못하다가 출장을 온다고 연락을 해줘서 만났다.


친구 워크숍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운타운으로 가서 만났다. 그러고 보니 학교 행사 외에는 미국에 와서 친구 만난다고 저녁에 나가는 게 처음이었다.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두근두근 했다.


1시간 반 조금 안되게 함께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 나는 내가 뉴요커 다 됐다고, 이제 빨간불에도 길 막 건넌다고 (안되지만 뉴욕에 살면서는 안 그러기가 어렵다…) 했더니, 친구가 아이고 뉴요커 나셨네 하고 받아치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서로의 가족의 상황을 기억하고 근황을 묻고. 확실히 이런 대화를 그리워하고 있었나 보다. 동기들이 있어도 수업이나 과제 관련된 얘기만 주로 하고 친밀하게 얘기할 일은 없으니까. 정말 즐거웠다. 그 친구도 정신없이 살다 보니 돌아보니 친구도 없다며 즐거워했다.


그 친구도 신나서 헤어지기 전에 사진도 찍재서 찍고 ㅎㅎ


당장에 올해 마지막 주를 친구 집에 가서 보내기로 했다. 남편이 여행 가기 싫어하면 자기랑 같이 가잔다. 신난다! 마음 맞는 친구였어서 더 기쁘다.




+) 지금 대학원 생활이 외로운 듯 얘기했지만 사실 여기서도 좋은 동기들이 많다. 어제 한 동기는 생일날은 겹치는 수업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해줬다면서, 내가 맛있다고 얘기했던 카페의 마차라테를 딱 내 취향대로 준비해서 (설탕을 살짝만 넣어서) 왔다. 내가 지나가듯 한 말을 기억하고 사다 줘서 진짜 감동받았다 ㅠㅠ


괜히 사진도 찍어뒀다


그 외에도 몇몇 동기가 전날 우연히 나온 얘기를 (다음날이 내 생일이라는) 기억하고 다음날 생일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그것도 고마웠다. 분명 생일 전날 온 연락들에 압박감을 느꼈다고 해놓고 오늘은 감동이란다. 카톡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기억해 준 것도 고맙고, 아이들이라 더 기특한 것도 내심 있는 것 같지만 - 어쨌거나 이런 나를 보면 사람은 진짜 감정적인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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