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Dec 04. 2023

Climate Museum (기후 박물관)

미국생활 92일 차



(어제도 뉴욕에 출장 온 친구를 보러 나가긴 했지만) 저녁 나들이는 겁도 조금 나고 아이도 있어서 가능한 안 하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내가 가보고 싶었던 Climate Museum (기후 박물관)에서 강연을 하신다고 해서 나섰다. Climate Museum은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팝업 형태로 열리는 박물관인데, 궁금했지만 우리 집에서 40분은 떨어져 있어서 내내 못 가보고 있었다. 명품 매장이 즐비한 골목인 데다 근처에 간판도 안내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건물 창에 "The end of fossil fuel" (화석연료의 종말)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걸 보고 찾아 들어갔다. 강렬한 문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두구두구했다.




박물관은 강연이 시작하기 전에 15-20분 만에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기후 변화뿐 아니라 기후 정의 (기후 변화로 인해 소외 계층이 더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한 논의) 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져 있었다. 오늘 강연을 하는 교수님이 기후 정의 분야에서 앞장서고 계신 분이라 내가 듣는 수업은 기후 법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을 많이 배웠는데, 전시장은 그분의 수업을 전시로 옮겨둔 느낌이었다. ㅎㅎ


이번주 강의에서 배운 내용도 뙇


간판도 없더니 안의 전시도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형태 (주로 벽에 문구를 프린트한)였다. 휑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기후 박물관이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후 변화나 기후 정의에 대한 화려한 색깔을 그림들이 이곳저곳에 걸려 휑한 느낌이 어느 정도 보완도 되었다.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과 피해를 입는 국가들을 한눈에 대비 되게 보여준 세계 지도도 그렇고, 고민을 많이 한 전시 같았다.


왼쪽에서 보면 탄소 배출량을, 오른쪽에서 보면 피해 정도를 보여준다. (배출량이 많은 국가와 피해가 많은 국가는 다르다)



전시 중에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고 기술로 해결하려는 생각에 대한 비난이었는데, 사실 탄소 포집은 많은 곳에서 얘기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 수업에서도 배우는 내용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전시에서, 사회적으로 자주 논의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강하게 비판하는 게 낯설었다. 우리나라였으면 가능했을까,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다.


‘잘못된 솔루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강연도 좋았다. 수업은 기후법이라는 틀 안에서만 간간히 교수님의 생각을 접하는데, 도시 내 기후 정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교수님의 생각과 경험담을 원 없이 들으니 좋았다. 나는 기후 정의를 특별히 더 공부할 생각은 없는데, 교수님이 멋져서 자꾸 관심이 간다.


멋진 분!


강연에 참여한 다른 동기들도 있어서, 강연을 마치고는 한동안 전시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미국 강연은 신기한 게, 무료 강연도 대부분 마실거리나 간식거리가 제공된다. 와인과 맥주, 칩과 치즈들이 제공된다. 자연스럽게 남아서 강연에 대해 얘기를 더 나눌 수 있어 좋다. 강연이 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네트워킹과 기부의 문화가 강해서 그런가 싶다. 이렇게 네트워킹도 하고, 연결된 사람들은 기부도 하고. 팁 문화가 활발한 것과 기부 문화도 조금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동기들이 근처 와인바에서 한 잔 하고 가재서 같이 갔다. 뉴욕에 와서 저녁에 번화가에 개인적으로 나와서 한잔 하는 건 처음이었다. 와인바 느낌도 좋고, 동기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았다. 나 빼고는 다 미국 애들이라서 예전에 미국에서 유행한 드라마 같은 얘기를 하면 전혀 못 알아들었지만, 얼추 껴서 놀만 했다. 미국에서 일하고 끝나고 동료들과 한 잔 하면 이런 느낌인 걸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않나 싶었다.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친구가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