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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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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30. 2023

생일

미국생활 90일 차



생일 당일. 하루 종일 가족들과 잘 보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이랑 베이글을 사 먹고, 서점에 들렀다가, 궁금했던 오이스터바에 갔다.


샤블리(와인)와 먹는 굴은 꿀맛이었다. 굴 한 알에 5불씩 했지만 ㅎㅎ 우리나라 석화가 그리웠다


오후에는 잠시 수업과 조모임에 갔다가 딸내미까지 셋이 같이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사 먹었고, 저녁에는 집에서 와인을 곁들여 남편이 해준 밥을 먹었다.


남편은 내 생일을 앞두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한다. 올해도 그랬다. 특히 여기서는 부모님도 없이 오롯이 둘이라 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꽃과 편지는 꼭 바라서, 남편이 꽃에 화병까지 사서 가져다 두었다. 아이랑 같이 카드도 쓰고 플랜카드도 만들어 주었다. 꽃병까지 살 줄은 몰랐는데 나름 생각을 많이 했다.


최고의 선물:) 같이 만드느라 남편도 고생 많았다 ㅎㅎ


하지만 저녁에는 (매일 먹는 대로) 고기를 구워준다고 했는데 고기는 당연히 집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사놓지 않았고, 케이크는 그냥 냉동실에 있는 미니 파이를 꺼내 먹기로 했는데 초를 구비해 놓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저녁에는 짜파게티를 먹고 케이크는 카페에 가서 같이 사 먹자고 곧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도 남편은 약간 침체되고 기분도 상한 듯했다. 왜 나는 항상 네가 바라는 걸 못 해줄까 하면서.


짜파게티에 채소, 계란, 치즈; 고수를 듬뿍 넣도록 했다. (사실 내가 올렸다) 맛있었다 ㅎㅎ


남편은 워낙 무던하고 나는 워낙 예민한데, 맞추고 맞춰도 간극이 크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서로 맞추는 노력을 하기도 어렵고. 내년에는 내가 조금 더 깔끔히 포기하고, 꽃과 편지만 받아야겠다. (진심이다 ㅎㅎ)


남편은 어제 일기에서 육아 디톡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나랑도 며칠 떨어져 있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여기 오기 전부터 워낙 서로 치대고 다퉈서. 남편에게 학기가 끝나면 원하는 만큼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더니, 걱정이 돼서 가겠냐고 한다. 그래도 보내봐야겠다.


그래도 데이트도 좋았다! 식당에 가는 신난 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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