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94일 차
뉴욕에서 셋만 함께 지내면서, 우리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딸내미가 따라올 때가 많다. 물론 그렇게 어딜 가더라도 결국 딸내미는 근처 놀이터에 가거나 하지만, 오늘은 온전히 딸내미를 위해 계획된 날이었다.
첫 번째는 학교 행사. 11-2시까지 딸내미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주최하는 행사가 있었다. 딸내미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엄마아빠까지 함께라니 가기 전부터 좋아했다. 가서는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공 가지고 놀았다가, 카드랑 쿠키도 만들었다. 우리 딸내미랑 친한 어떤 아이의 엄마는 나랑 대화하다가 우리가 1년만 여기 산다고 했더니 진심으로 아쉬워서 "으악!" 같은 소리를 냈다. ㅎㅎ
미국 공립학교는 진짜 천차만별이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고, 이 학교도 순위 상으로는 별로 좋지 않아서 더 걱정했는데 진짜 여기 오길 잘했다. 선생님이 신경도 많이 써주고 놀이 프로그램도 많고 학교 행사도 다양하다. 뉴욕 시티 공립이 괜찮은 편이라던데 진짜 그런가 싶다.
두 번째는 링컨센터의 어린이 공연을 갔다. 원래는 집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갈까 했는데 아이가 하도 잘 놀아서, 나만 집에 가서 얼른 점심거리를 싸서 나와서는 공연 전에 링컨센터 앞에서 먹었다. (여기는 워낙 다 비싸고 가볍게 먹자면 다 빵 같은 거라서 점심을 싸서 다니는 게 일상이다.)
아이 대상 공연은 처음 봤는데 괜찮았다! 처음에는 아이가 못 알아들을까 봐 뒤에 바짝 붙어있었는데, 말을 하지 않고 모션으로 하는 공연이라서 아이 혼자서도 잘 봤다. 어린아이들도 있지만 여기는 하도 외국인들이 많아서 이렇게 기획을 했나 싶었다. 여긴 '다름'이 디폴트 값인 게 신기하다. 그러니 자유도도 그렇게 높겠지만.
바빴다. 어제저녁에는 남편의 경험치 향상을 위해 독박 육아를 하느라고 힘들었지, (외국인 가족 포틀럭 파티 + 남편 카네기홀 공연) 어제 못한 숙제를 오늘 아침에 서둘러하려고 했는데 또 달리기를 하러 간다길래 기다렸다가 다들 아침을 챙겨 먹이고 나서고. 링컨 센터 다녀와서도 저녁 전에 1시간 짬이 나서 잠깐 나가서 공부하다 와서 저녁을 했다. 저녁 먹고도 아이와 좀 놀다가 아이가 자러 들어가고 공부하고. 여기 와서도 진짜 한국이랑 똑같이 바쁘다. 그렇게 똑같이 바빠도 새로운 걸 보고 경험하니 좋다.
아이도 피곤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단다. 공연은 좋았는데 너무 짧았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긴 공연을 가자고 지령도 내려주고. ㅎㅎ 확실히 아이 대상 장소나 프로그램을 가는 게 어른이 편하기는 하다. 남편은 링컨센터 공연을 가면서 하루 두 탕은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지만 (나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학교 행사가 갑자기 생겼다.) 공연에 가서는 아이가 알아서 잘 노니 좋아했다. 하지만 나도 다니고 싶은 곳들이 있고. 두 가지를 적당히 섞어 가며 주말 계획들을 짜봐야겠다. 아고 또 다음 주말은 뭐 하고 보내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