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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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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06. 2023

또다시 부부싸움

미국생활 97-98일 차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또 남편과 다퉜다. 뭐 진짜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사소한 이유였다. (서로의 말투를 트집 잡았다.) 다운타운 나들이를 가기 직전의 일이었어서 결국 서로 뚱한 채로 나섰다. 나들이 중에 가끔 우리가 날 선 대화를 하면 딸내미가 중간에 서서 서로를 막아서며 "Stop!! 그만 얘기해"라고 막았다. ㅋㅋ


그 와중에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가족 사진도 ㅋㅋ


만 하루쯤 뚱하게 지내다가 화요일인 오늘은 화해했다. 화해라고 할 것도 없다. 월요일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니 남편이 여유를 찾았고, 집을 청소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져서 다시 잘 지낸다.


특히 아이랑 진저브레드쿠키 하우스를 만들었더니 프로스팅 가루가 여기저기 떨어져서 집이 엉망진창이 됐다…


뉴욕에 와서는 진짜 남편과 많이 투닥거린다. 한국에서는 맞벌이였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으니 육아도 수월해졌고 모두가 밤잠을 설치게 했던 아이 아토피도 많이 나았는데도 많이 싸운다. 흔히들 여행의 이점을 '나 자신의 발견'이라고 한다. 여행에 가면 낯선 환경에 처하면서 일상이나 관계에 가려져 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데, 여기서 우리도 나 자신을 많이 발견한다. 함정은 그렇게 발견한 나 자신이 상대방과 너무 다르고 충돌한다 ㅎㅎ


진저브레드하우스 옆모습도 ㅎㅎ


한국에서였으면 뉴올리언스 여행같이 색다른 여행은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을 거고, 여행에 대한 서로의 다른 관점이 그렇게 충돌할 일도 없었을 거다. 그리고 한국이었다면, 그렇게 여행 때문에 갈등해 놓고 바로 다음 여행 (겨울 방학 여행)을 고민하지도 않았을 거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되었고, 피로감이 내내 쌓였었다. 그게 이번 다툼으로 이어진 것 같다.


다운타운 나들이에서의 사진은 세상 다정하다. 이런게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불러 일으킨다 ㅋㅋ


주변에 다른 어린아이 키우는 유학생 부부들을 보면, 우리보다 많이 싸우는 부부도 있고 싸우진 않지만 한쪽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부부도 있다. 표본이 너무 적긴 하지만 외국에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은 화해했지만 당장에 기말고사가 다가오니 조마조마하다. 바쁘고 피곤하면 싸우게 되어있는데. 부디 이번 평화가 조금이라도 오래가길 ㅎㅎ




+) 어제는 화가 나서 한 바닥 솔직한 일기를 썼다. 우리끼리의 얘기가 많아서 올리지는 않고 남편에게만 보여줬다. 그 와중에 그걸 보여주는 나나 보는 남편이나 참 웃긴다. 이런 거 보면 우린 어떻게든 살긴 살겠다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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