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99일 차
엄청난 양의 과제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 한 학기가 지나고 영어는 여전히 안되고, 학생 모드도 적응을 하는 중이지만 ('논쟁적인' 주장으로 에세이를 쓰라는데, 논쟁적이라니. 나는 10년 넘게 논쟁을 만들지 않거나 갈등을 풀라고 훈련받아 온 사람이라 그런 건 못하겠다. 이 과목 점수는 포기 각이다), 그래도 가끔은 재밌을 때도 있다.
그 좋아하는 독서는 하나도 못하고 있지만 별로 아쉽지가 않다. 내가 궁금했던 영역에 대해 잔뜩 접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몇 개 제공된 수업 녹화본을 다시 돌려보는데 한 학기를 배우고 다시 학기 초 내용을 들으니 안 보였던 부분이 보여서 즐거워했다. 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대부분은 괴롭기 때문에 이런 순간이 더욱 신기하다.)
생각해 보면 이 공부가 좀 하고 싶어서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 공부를 즐거워하기도 하다니, 신기하다. 항상 내게 공부는 적당히 잘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는 거였는데 ㅎㅎ 역시 공부는 다 때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