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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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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25. 2023

산타맞이 준비 + MET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미국생활 127일 차



작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하면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선물만 챙기면 되었는데, 이제는 아이도 좀 컸고 미국이 워낙 크리스마스를 챙기니 할게 많다 ㅎㅎ


어제는 산타한테 줄 쿠키를 만들었다. 10개는 만들어놓고는 산타한테는 하나만 주겠단다. 루돌프는 어쩌냐고 했더니 어차피 집에는 산타만 들어오고, 산타가 들어와서 선물을 주고 힘든 일을 다 한단다. ㅋㅋㅋ 그러더니 오늘은 결국 제일 큰 거 2개를 넣어주기는 했다. 막상 닥치니 루돌프가 불쌍했던 건지, 아니면 오늘 단 걸 워낙 많이 먹어서 쿠키의 매력도가 떨어졌던 건지 모르겠다.


골판지와 키친타월 심을 가져다가는 산타 선물을 만들겠다고 열심히 만들고 포장까지 씌웠다. 지 선물이랑 다른 선물 싸려고 포장지를 무려 만원이나 주고 사 왔는데 그걸 탐내서 혼났다. 애 잘 때 이 것도 몰래 내다 버려야 한다 ㅋㅋ


나름 야무지게 포장했다 ㅋㅋ
안은 이런 모양 ㅎㅎ 지 이름도 써놨다


쿠키랑 같이 산타한테 줄 그림도 그리다가 망했다고 관두고는 열심히 편지를 썼다. "Santa, marry christmas! Thank you for your present!"라고 써 달래서 그것도 써줬다. Thank you for ~ 표현은 또 언제 배운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그래도 아이를 달래기가 쉬웠던 게 조금만 찡얼 대면 산타 얘기를 하면 됐다. "어? 너 방금 운 거야?", "너 지금까지 잘했는데 오늘 하루만 더 잘하면 되는데?", "You better not... (울면 안 돼 도입부)" 이러면 채소도 열심히 먹었다.


잘 때도 산타가 자는 아이한테만 선물을 준다고 하니까 후다닥 눈을 감더니 금세 잠들었다. 마지막에는 "아빠, 산타가 벨 누르면 열어줘야 돼"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귀요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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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뉴욕에 온 친구네를 따라 MET을 갔다. 지난번에 우리끼리 갔을 때는 남편이 아이에게 화를 크게 내서 투닥거리고 결국 내가 아이를 데리고 혼자 있었는데, 오늘은 사이좋게 잘 봤다. 남편도 잘 봤다고 만족했다. 내 생각에는 오늘 남편의 기본자세가 평소("애 데리고 이건 아니야")와 달리 "버텨보자"였고, 그래서 결국 우리도 좋았던 것 같다. 남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ㅋㅋ


처음에 친구 부부를 들여보내기만 하고, 우리 가족은 아이들 놀이 공간에서 따로 놀다가, 만나서 핵심 스폿 족집게를 했다. 이집트 신전에서 사진을 찍고, 조각상 전시장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장 핫한 마네/드가 전을 봤다. 친구 부부는 가이드를 받고 있다며 좋아했고, 우리도 무리되지 않게 같이 잘 다녔다.


새로 연 아이들 놀이 공간이 진짜 멋졌다. 이런데서 오래된 선진국 도시의 힘을 느낌


마네/드가 전을 볼 때는 아이가 힘들어해서 휠체어를 태웠다. 이렇게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도 "그래서 휠체어가 있는 거야"라고 해서 당당히 태웠다. 여기서는 아이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유튜브를 틀어줬더니 우리도 둘 다 작품 감상도 할 수 있었다. 전시관 내 다른 직원이 "So smart!" 하고 감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옆으로는 지겨움에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는 아이가 부모에게 끌려나갔다.


빛 표현이 멋져 계속 보게되던 작품


친구네는 뉴욕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다른 도시로 이동할 계획을 변경해 뉴욕에 남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조금 더 늦게 워싱턴을 갈 걸 그랬다.


MET은 트리 장식도 박물관 스러웠다


작년 초에 LA로 출장을 갔을 때 주말에 잠시 LA로 유학 간 친구를 만났었다. 그 친구도 그때 (지금의 나랑 똑같이) 유학 가서 딱 한 학기를 보내고 겨울 방학을 맞이한 때였다. 친구가 엄청 환영해 줘서 굉장히 고마우면서도 어떤 마음일까 싶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친구 마음인 것 같다. 오랜만에 가까운 친구를 만나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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