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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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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26. 2023

뉴욕 로컬의 크리스마스

미국생활 128일 차



드디어 크리스마스였다. 딸내미는 드디어 선물을 받아서 좋았고, 나는 그냥 크리스마스라서 좋았고, 남편은 지겨운 크리스마스 테마가 끝나서 좋았다. ㅋㅋㅋㅋㅋ


아이는 12월 1일부터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나하나 뜯으면서 크리스마스를 엄청 기다렸는데,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자기도 믿기지가 않는지 일어나자마자 "오늘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라고 물었다.


산타가 준 선물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쌍안경)과 미리 사놓은 화장품 세트와 계산대 세트를 신나게 풀어보고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다. 쌍안경은 같은 반 Chance 거보다 별로라고 계속 얘기를 하면서도 (대체 Chance게 뭔지) 내내 목에 걸고 다녔고, 계산대 세트도 보통이라고 말하면서도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화장품 세트는 계속 바르면서 눈 따가워하고 ㅋㅋㅋ


오늘 하루종일 저러고 다녔다 ㅋㅋ


오전에는 잠시 집 앞 성당 예배도 다녀왔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엄청 크고 오래된 성당이 하나 있는데, 남편과 딸내미가 지나가다  한번 가보고는 입장료가 17불 이래서 바로 돌아 나오고 그래서 나도 안 가 본 성당이 있었다 ㅋㅋ 그 정도 입장료면 각을 잡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맨날 보는 건물이라 딱히 그럴 생각이 안 들었다.


오늘 예배가 있다길래 어찌 됐던 가보자 했는데, (입장료는 없었고 ㅎㅎ) 건물이 웅장하고 오르골 소리나 성가대도 멋지고 좋았다. 1시간 여를 있었는데 괜히 경건한 분위기로 잘 있었다. 예배도 "오늘만 성당에 온 사람들도 우리는 모두 포용한다, 하나님은 여기 있는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내용이라 앉아있을 용기를 내게 해주었다.


마칠즈음 슬쩍 한 장
엄청 웅장하다


그 외에는 내내 집에 있었다. 내일부터 일주일 간 여행이니 짐도 싸야 했고 에너지를 좀 보충해야 했다. 삼시 세끼도 집에서 챙겨 먹었다. 외식을 하고픈 마음도 있었는데 복잡할 것 같기도 하고 냉장고 털이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최대한 챙겨 먹었다.


보통 아침이래 봤자 시리얼이나 오트밀, 요거트랑 과일 정도인데,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아침부터 나름 주변 베이커리 맛집에서 산 빵에 오믈렛도 곁들였다. ㅎㅎ 점심 때는 마라샹궈, 저녁은 남은 마라소스에 생선을 구워서 별식으로 먹었다. 아이도 최소한 1국 3찬/ 4찬 이상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하나씩 넣어서 해주고 ㅎㅎ


차리긴 귀찮고 나중에 보면 소박하지만 그래도 나름 별식을 먹고 짠도 하니 좋았다 ㅎㅎ


원래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햄을 먹을까 해서 돼지다리뼈도 들어있는 통햄을 하나하나 분해했는데, 막상 먹으려 보니 햄이 별식 같이 안 느껴져서 그 햄을 마라샹궈에 넣어서 먹었다. ㅎㅎ


이러고 보니 진짜 로컬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전에 미리 구경을 다해서 당일에는 조용히 보내고, 굳이 남들 먹는다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먹고 싶은 걸 먹고.


4시쯤에는 여행 준비도 다해서 잠시 외출을 하고 싶었는데, 딸내미가 새 장난감과 너무 잘 노는 바람에 집에 하루 종일 있었다. 조금 찌뿌둥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딸내미가 선물들을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다. 따뜻하고 안정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ㅎㅎ


같이 손톱도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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