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Dec 31. 2023

워싱턴 DC 5일 차_근교 꿀여행지 Great fall

미국생활 133일 차


오늘은 아침으로 친구네 부부와 근처 다이너를 갔다. 아침부터 내 얼굴만 한 팬케이크 여러 장에 버터와 시럽을 듬뿍 얹어 먹었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저녁에도 과식했는데 아침도 잔뜩 먹었더니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설날이나 추석 같았다. 그래 이게 연휴지 ㅎㅎ


그 후 친구네 부부는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 12월 31일 파티를 준비하러 장을 보러 가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폭포를 보러 갔다.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했다. 폭포라면 나이아가라, 라오스 꽝시 폭포 등 멋진 곳을 많이 가봤던 터다. 하지만 역시 현지인 추천은 틀린 법이 없었다.


Great Falls!


가족과 처음 보는 폭포도 멋졌는데, 주변에 하이킹 코스도 잘 되어 있었다. 강과 나란히 가는 산속 하이킹이라, 강도 보고 산도 보고 좋았다.


요런식


중간중간 거센 물살을 가로질러 1인용 카약(?)을 타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하이킹하는 길 옆으로 절벽이 있고, 그 절벽 아래에 굉장히 넓은 강이 있었다. 그 강의 유속이 못 해도 강원도 계곡의 급물살과 비슷할 것 같은데, 거기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강가에서 죽은 사람들이 연평균 7명은 된다고 하고, 유속을 보고만 있어도 아찔한데 어떻게 카약을 타는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거기까지 카약을 가지고 어떻게 내려간 건지 모르겠다. 보고만 있어도 롤러코스터를 보는 기분이어서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들 중간중간 멈춰 서서 구경했다.


역사 유물이 간혹 가다 나오는 것도 좋았다. Great falls park가 있는 부분만 강의 유속이 센데, 물류 이동에 그 강을 활용하기 위해서 Great falls park 쪽 강 옆에는 따로 수로를 팠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수로나 수로를 관리했던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중간중간 그런 걸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욱 지루할 새가 없었다.


수로의 흔적. 조지 워싱턴이 지지했던 사업이란다


아이도 엄청 좋아했다. 평소에도 바위를 오르내리기 좋아하는 딸내미가 다람쥐처럼 험한 바윗길을 오르내렸다. 2시간 반을 내리 트래킹 했는데 아주 마지막을 빼고는 혼자 힘으로 다녔다. 마지막에도 "진짜 너무 힘들어" 해서 잠시 아빠가 업었다가 5분 만에 다시 내리니 "내가 힘내서 가고 있어!" 라며 힘내서 걸어주었다. 정말 신기했다. 이젠 데리고 하이킹을 다닐 때가 되었나 보다.


우리 날다람쥐 ㅋㅋ 난 불안해서 쫓아다니느라 바쁘긴 했다


내 다리가 버텨준 것도 신기했다. 미국에 와서 1년 넘게 나를 고생시켰던 다리가 나아진 건 알았지만, 어제 6킬로 도보 여행이나 오늘 2시간 반 하이킹도 거뜬히 버텨줄 줄은 정말 몰랐다. 내 다리와 아이 아토피로 1년 넘게 집콕 생활을 했는데 진짜 기쁘다.


중간에 햇빛이 나긴 했지만 다소 춥기도 해서, 코코아를 한 잔 사 셋이 나눠 마시며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좀처럼 아이에게 단 음료를 먹이지는 않는데 오늘만큼은 아이에게 보상과 에너지 보충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이는 코코아를 샀다고 하니 춤을 추며 "알고 보니 파는 데가 있었어?"라며 반색했다. (보통 사람의 "어디서 샀어?"라는 반응과 동일한 반응인 것 같다.ㅎㅎ)


돌아오니 친구 부부의 아이들이 다른 가족들의 집에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날 아이들이 없었던 탓에 이 집은 오늘이 크리스마스였다. 이 집 부부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나는 애들을 데리고 쿠키를 만들고 저녁 하는 것도 돕고 수다도 떨고, 또 한 번 명절처럼 보냈다.


결국 내가 다 만들었지만 ㅋㅋ


이 집은 아이가 셋이라 크리스마스 저녁이라고 해도 먹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ㅎㅎ 브리스켓과 스테이크, 매쉬드 포테이토와 옥수수로 정신없이 애들을 먹이고 나니 어른들은 한 두 마디 할 새도 없이 저녁 시간이 끝났다. ㅎㅎ 다행히 이 집의 딸과 아이가 잘 노는 것 같아, 내일 하루 종일 같이 놀릴 일도 기대가 된다.


살살 녹는 브리스켓!
매거진의 이전글 워싱턴 DC 4일 차_내셔널몰은 하루로는 한참 부족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