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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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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02. 2024

최고의 새해맞이

미국생활 134일 차



오늘은 친구 집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집에서는 오늘이 크리스마스라서 아침부터 왁자지껄하게 선물을 열면서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간단하게 아이당 선물 한 두 개 정도로 생각했는데 우리의 오산이었다. 일어나 보니 트리 밑에 선물이 가득했다. 산타 선물도 엄마 아빠 선물도 여러 개였다. 아이 당 선물이 최소 다섯 개는 됐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스케일이란..


딸내미도 선물을 잔뜩 받았다. 친구가 우리 딸내미 선물을 한 두 개 챙겨 오라고 해서 가져갔는데, 친구가 딸내미에다 우리 선물까지 챙겨줬다. 이런 우리는 조그만 거 하나씩 가져갔는데, 미국의 스케일을 간과했다. (한 예로 우리는 아이마다 100피스 정도 든 레고 세트를 사갔는데 딸내미는 900피스가 레고 세트를 받았다… 이런)


엄청 뜯는 중. 이런 ㅠㅠ


아이들은 받은 선물을 뜯어보고 그걸로 논다고 오후까지 잘 놀았다. 딸내미도 언니 오빠들 하는 걸 구경하며 오늘만큼은 무제한으로 과자를 먹으며 하루 종일 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사소한 다툼은 있었지만 ㅎㅎ 어른들도 샴페인까지 두 병 오픈해 놓고 내내 마시며 아이들을 지켜보며 중간중간 수다 떨며 여유롭게 보냈다.


남편도 신남 ㅋㅋ 남편이 맨 건 남편이 받은 선물이다. 어두운 때 달릴 때도 위험하지 않도록 해주는 띠 같은 건데 엄청 만족해서 내내 매고 있었다 ㅋㅋ


점심은 친구 시어머니가 해주신 홍합탕에 비빔밥에 묵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 어머니 집밥이 감격스러웠다. 위장이 감격해서 음식이 벌컥벌컥 넘어가는 경험을 태어나서 두 번째로 했다 ㅎㅎ (첫 번째는 뉴욕집을 혼자 미리 셋업 한다고 와서 제대로 못 먹다가 며칠 만에 밥 사 먹었을 때 ㅎㅎ)


너무 맛있었다. 고사리라니!!


지금은 아이들이 인사이드아웃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뒤에서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옆에는 홈메이드 과카몰리와 칩이 있고, 코 끝에는 친구 남편이 만들고 있는 삼겹살 바비큐 냄새가 어린다.


칩도 크리스마스 칩 ㅎㅎ



저녁에는 통삼겹 바비큐, 풀드포크, 코울슬로, 맥엔치즈, 콩요리까지 알차게 먹었다. 특히 거의 하루 종일 익힌 통삼겹은 그냥 입 안에서 스르르 녹았다. 애가 넷이니 저녁이야 차린 거 대비 정신없이 먹었다. 밥 먹는 와중에 그 집 애 하나는 울고, 저녁 다 먹고 나니 다른 둘이 싸우고, 언니 오빠 옆에 있는 게 좋았던 딸내미는 씻기 싫다고 울고 ㅋㅋ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애들을 8시 반-9시까지 다 재우고 드디어 어른들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집에서 만든 치즈 케이크에 과일에 쥐포에 오징어에 끊임없이 먹으며 끊임없이 떠들었다. 각자 경험한 최악의 새해맞이, 프러포즈, 좋아하는 음악, 남편의 영어 공부, 뮤지컬과 예술의 효용 등등 오만 수다를 떨었다.


치즈케이크 먹다가 급 촬영


친구 남편이 한국어를 잘해서 원래는 남편이 막힐 때는 편하게 한국어를 써왔는데, 남편의 영어 공부를 얘기한 김에 남편의 한국어 사용을 금지시켰더니 남편이 괴로워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 ㅋㅋㅋ 남편도 괴로워는 했지만 엄청 즐거워했다.


맛있는 사진은 한 번 더. 아까 접시 위에 있던 통삼겹 바베큐


먹고 떠들다 보니 금방 12시가 다 되어 티비를 켜고 카운트 다운을 보았다. 뉴욕에 살다가 굳이 워싱턴에 와서 뉴욕에서 하는 카운트 다운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젠 뉴욕에 살아서 그런지 뉴욕 카운트 다운을 보는데, 그 근처에 사는 어린아이 키우는 지인네가 과연 오늘 잠을 이룰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색하지만 미국의 전통에 맞춰 새해가 넘어갈 때 각각의 부부가 뽀뽀를 나누고, 친구네 집 전통에 따라 집 밖에 나가서 냄비를 두드리고 (ㅎㅎ) 들어와 잤다. 진짜 행복한 한 해 마무리였다.


수다 중에 친구 부부가 자신들이 경험한 최악의 새해맞이 경험(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거나, 건배를 하고 나서 잔을 입에 대자마자 와장창 깨져서 다친 이야기 등등)을 나눴다. 다들 새해맞이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새해맞이는 항상 그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한 2024년 맞이는 우리 부부에게 잊지 못할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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