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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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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03. 2024

뉴욕 일상 복귀

미국생활 135-136일 차



돌아왔다. 아침 버스를 탔다. 버스가 가장 저렴한 옵션이라 타긴 했는데 사람들도 험하고 냄새도 나고 버스 자리가 되게 불편했다. 깔끔한 친구집에서 지내며 차로 미국 수도의 잘 정비된 관광지를 다니다가 이런 버스를 타니 더 불편함이나 더러움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이가 장장 4시간을 또 잘 버텨준 덕에 크게 힘들지 않게 왔다.


멀리 보이는 맨하탄, 집이다!


남편은 내리자마자 오랜만에 뉴욕에 오니 더러운 게 적응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이미 버스에서부터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뉴욕은 괜찮았다 ㅋㅋ 오히려 "아이고 드디어 왔네" 싶었다. 뉴욕이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들다니, 진짜 뉴요커가 다 되었다고 또다시 느꼈다.


친구네 집에서 얻어 온 김치가 있어서 시원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김치가 있는 라면이라니, 행복했다. 아이도 라면 반 개로 된장 육수 기반 라면을 끓여줬더니 "나 이 면 진짜 좋아해!" 하면서 행복하게 먹었다 ㅎㅎ 그래도 새해라 저녁은 맛있는 걸 차려 먹을 생각이었는데,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다 가서 저녁은 냉동실에 있는 피자와 친구집에서 받아온 코울슬로를 먹었다. 새해 첫날 음식으로는 좀 허술한 가 싶지만, 그래도 다들 좋아하며 먹어서 기뻤다.


학교 행사서 남은 피자를 싸온 거다. 일기 쓰면 쓸 수록 우리 되게 안쓰럽다 ㅋㅋㅋ


다음 날인 1월 2일 (오늘) 은 재정비의 날이다. 일주일 내내 집을 비웠었기 때문에, 아이 등원을 시킨 후 남편은 집 정리를 하고 나는 장을 보러 갔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패러디한 가게 홍보물 ㅋㅋ 귀엽다


보통 장을 한 번 보면 100불 정도 드는데 이번에는 200불어치를 보았다. 12월에는 바빠서 마트에 못 가고 온라인 주문만 했더니, 살 게 많았다. 하다 못해 설거지용 스펀지도 샀다. 그러고 나니 짐이 감당할 수 없이 많아졌다. 뚜벅이의 비애다. 지하철 역까지는 어떻게든 끌고 와서 결국 역까지 남편을 불렀다. 그래도 냉장고와 찬장을 가득 채워놓으니 보고만 있어도 든든했다.


일부러 빈 백팩을 챙겨갔는데 봉지도 세 개나 더 사야했다…


남편은 200불로 이렇게 많이 살 수 있었냐고 놀랐다. 여기 와서 처음에는 바쁘면 남편에게 장을 보도록 했는데, 남편이 장을 보면 아무리 아이템을 정해줘도 엄청 돈을 많이 쓰고 왔다. 항상 가성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장 볼 때만큼은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비싼 소고기나 맛없고 비싼 스낵들을 잔뜩 사 와서 아이템 수 대비 가격이 엄청 나온다.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이제는 내가 온라인으로 장을 볼 지언정 남편에게는 안 시킨다. 남편이 놀라는 걸 보니 뿌듯했다. ㅋㅋ


많이도 샀다


오후에는 남편이 아이를 하원하러 가고 나는 카페에 여러 가지 행정처리도 하고 이력서도 손 보러 왔다. 방학인데 아이 픽업을 나가지 않고, 평소에 안 사 마시던 커피도 사 마시니 호사스러운 느낌이다. ㅎㅎ


블루보틀의 블랙 카다멈 라떼. 적당히 달고 향신료 맛도 많고 좋다 ㅎㅎ


원래 이번 방학 때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싫어해서 관뒀는데, 그래서인지 남편이 자꾸 나에게 자유 시간을 주려고 한다 ㅎㅎ 어쨌건 고맙다. 이 선순환의 고리를 잘 유지시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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