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37일 차
워싱턴 여행 후 재정비의 시간도 끝나고 드디어 동네 (뉴욕) 탐방의 시간이 되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과 바로 향한 곳은 러스 앤 도터스와 브루클린 브릿지. 둘 다 남편이 내내 가보고 싶어 했던 곳들이다.
러스 앤 도터스는 훈제 생선으로 이름난 델리다. 역사도 깊고 유명한데, 집에서 먼데 테이크 아웃만 되는 점이 애매해서 아직 나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가게에 들어가니 연어 여러 종류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생선들이 훈제되어 쫙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는 잘 모르니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메뉴를 시켰다. 바로 기본 연어 베이글 샌드위치.
베이글 종류나 크림치즈를 고르고 토핑을 추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토스트 한 에브리띵 베이글 + 쪽파 크림치즈 + 기본 훈제연어 + 토마토, 케이퍼, 양파 조합으로 시켰다.
와, 정말 연어가 맛있었다. 쫀득쫀득한 게 입에 착착 붙었고 스모키 함도 딱 좋았다. 채소도 썰어놓은지 얼마 안 된 것 같고 엄청 신선했다. 다만 인터넷 후기대로 베이글이 별로였다. 모두가 최상급인데 베이글만 일반 아무 델리에서나 파는 베이글로 중하일까 말까 하는 느낌. 남편에게 그 후기를 얘기한 적이 없는데 한 입 먹고 바로 "베이글이 아쉽다"라고 했다.
그래서 훈제 연어만 따로 샀다. ㅎㅎ 1/4파운드, 그러니까 약 100그람씩 2 종류를 샀다. 연어 샌드위치에 들어간 연어는 Gaspe Nova였는데 그거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짠맛 + 스모키 함이 있지만 좀 더 쫀득쫀득해서 입에 착착 감기는 Norwegian 연어와 그것보다 조금 더 스모키하고 짠 Scottish 연어 (사과와 체리 나무로 훈제)를 샀다.
통 훈제 연어를 직원이 떠서 무게를 달았는데 두 번 다 정확하게 1/4파운드였다. 장인샵은 장인샵인가 보다. 1/4 파운드면 아주 얇은 6조각 정도였는데 각각 14-15 달러 정도 했다. 연어 샌드위치 하나를 나눠 먹고, 훈제 연어 12 피스를 사니 50달러가 나온 걸 보면서 다시금 뉴욕 물가를 느꼈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훈제 연어를 맛본 건 좋았다. 또 와야지.
다음으로는 브루클린 브릿지. 날이 그렇게 춥지 않고 햇살도 좋아서 브루클린 브릿지를 걷기 딱 좋았다. 유명한 관광지고 오늘도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지만, 남편과 날씨를 즐기며 걸으니 그냥 데이트 느낌이었다. 날씨가 풀리는 봄 즈음에는 아이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리를 건너니 딱 차이나 타운 근처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익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우리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차이나 타운. 아직 11시라 점심시간치고는 조금 일렀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수제 면을 하는 식당에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를 한 그릇씩 시켜 먹었다. 남이 해 준 국물 요리라니 참 귀했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먹고, 근처 가게에서 수제 두유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우리 집에서 플레이 데이트를 했다. 친구 엄마는 아이를 맡기고 갔고 (여기서는 이런 플레이 데이트가 많다.) 남편도 도서관에 보냈다. 그래서 1시간 반 정도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있었는데, 둘이 잘 놀아서 힘든 게 별로 없었다.
덕분에 아이가 노는 걸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이 딸내미가 반에서 제일 수다쟁이라고 했는데, 진짜 노는 내내 말을 했다. 간단한 영어지만 멈추질 않았다 ㅋㅋ 애가 적응하는 걸 보면 정말 너무 신기하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벌써부터 방학이 1주일 반만 남은 게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