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Jan 14. 2024

하이라인_겨울방학 뉴욕 산책 마지막 날

미국생활 145일 차



오늘은 하이라인을 다녀왔다. 남편의 위시리스트 중 한 곳이었는데 거의 까먹을 뻔했다. 오늘이 사실상 남편과 겨울방학 뉴욕 탐방의 마지막 날이라 비록 날씨는 좀 추웠지만 강행했다.


사실 뉴욕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딸내미와 셋이 같이 여기 온 적이 있다. 그런데 딸내미가 약간 독특하게 생긴 이곳의 벤치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 시간 동안 처음 진입한 곳의 벤치에서만 놀다가 떠난 기억이 있다. 이런 데야 말로 아이가 학교 간 지금 같은 때 가야 한다 ㅎㅎ


저런 벤치가에 철푸덕 누워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를 보면서 갔다.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와본 적이 있었지만, 하이라인이 옛 철길에 자연스럽게 날아든 뉴욕의 로컬 식물들을 보존하려고 했다든지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으려고 했다든지 하는 내용은 유튜브를 보고 처음 알았다. 주변 건축물들이 그렇게 화려한 줄도 몰랐고. 유튜브를 미리 보고 가니 그런 부분들이 쏙쏙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추웠다. 뉴욕 답게 건물 사이로 칼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더 낮았다. 그나마 맑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마저도 흐렸다. 그렇지만 좋았다. 아이가 없으니까 추워도 추운 대로 견딜만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랑 같이 다니면서 날씨에 민감해졌다. 특히 이곳 뉴욕에 이사 오고 나서는 뚜벅이 신세이니 날씨가 안 좋으면 그날은 무조건 힘든 날이었다. 그래서 날씨가 안 좋은데 괜찮은 산책이었다는 게 신기한 기분까지 들었다.


꾸물꾸물


내일은 아주 드물게 약속이 있고, 그다음부터 3일간은 개학 때까지 공휴일이다. 그래서 오늘이 남편과 둘이 하는 마지막 겨울방학 뉴욕 탐방이었다. 겨울방학 때 어디 가지 않는 대신 뉴욕 곳곳을 다니자고 했는데, 남편과 나의 컨디션 난조와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생각만큼 많이 다니진 못했다. 책도 좀 읽고 싶었는데 그 시간에 잠만 자고 ㅎㅎ


그래도 생각보다 아쉽진 않다. 워낙 예상 못한 이벤트 때문에 나도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은 남편도 아프고 둘이 대화도 많이 필요했다. 일상 속에서 평소보다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 학교 보내고 ㅎㅎ) 평온하게 보낸 덕에 격변과 혼란의 시기를 잘 보낸 것 같다. 기가 막힌 타이밍의 겨울방학, 딱 맞는 선택이었다.


저런 창문 뒤에서는 편평한 창문보다 바깥을 좀 더 잘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위는 위대로 아래는 아래대로 평행한 각도의 유리창이라서.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Going Dark @구겐하임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