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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14. 2024

어퍼이스트사이드, 그리고 맨해튼에서의 삶

미국생활 146일 차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는 아는 언니를 만났다. 대학교 때 같은 프로젝트를 했었고, 회사도 같은 회사를 다녔다. 종종 만났는데 근무지가 달라져서 연락이 드문드문해지다가 끊어졌는데, 남편 직장을 따라 뉴욕에 와서 살고 있었다! 둘 다 아이 하원하기 전에 만나기로 해서 언니가 사는 어퍼이스트사이드 쪽의 식당에서 만났다.


언니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화장까지 한 모습이었다. 물론 언니는 항상 깔끔한 모습이긴 했지만 뉴욕에 와서는 화장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새로웠다. 식당 물가도 놀라웠다. 아니 그냥 동네 식당처럼 보이는데 파스타가 한 그릇에 30달러였다. 보통 이 정도 식당이면 21-23달러가 보통인데. 그래도 다른 메뉴인 샌드위치보다는 파스타가 나을 것 같아서 시켰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또 놀랐다. 이게 가성비 떨어지고 비싸기만 한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현실인가 싶었다.


센트럴 파크 오른쪽 동네. 비싼 동네라고 써 있다 ㅋㅋ


언니에게 차근차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삶을 들었는데 피곤했다. 어퍼이스트사이드는 맨해튼에서도 가장 힘든 동네 중에 하나다. 교육열이나 사회적 압력이나 강남을 훨씬 앞서 나가면 앞서 나갔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어퍼웨스트사이드도 이름난 학군지/ 부자 동네이긴 하지만 어퍼이스트사이드에는 못 미친다.


프리스쿨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이어져서 올라가는 유명한 사립학교가 있는데 프리스쿨 가을 입시를 벌써부터 고민해야 한다든가, 경쟁의식 때문에 학부모끼리 정보 공유를 잘 안 하고 같은 풀에서 경쟁하는 같은 인종 같은 성별 아이 엄마들끼리는 그게 더 심하다든가, 오랜만에 애 교육을 주제로 얘기하면서 피곤함을 느꼈다 ㅎㅎ


트립어드바이저도 비싼 동네라고. 사진 같은 팬시한 건물들이 엄청 많다


뉴욕 생활에 대한 고충도 서로 털어놨다.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서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든지, 한국보다 돈을 훨씬 많이 써도 생활 수준은 훨씬 떨어지는 부분이라든지,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좁고 더러운 생활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든지. 둘 다 뉴욕 생활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었다. 언니는 4년 넘게 산 끝에 다른 곳으로의 이사도 생각하고 있었고, 나도 맨해튼은 1년 살기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둘 다 유일한 장점으로는 엄청난 문화 자산을 꼽았다. 우리나라면 하나만 걸려도 사람들이 줄을 설 작품들이 여러 미술관에 즐비하고, 공연들도 멋진 게 참 많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 체험들도 잘 되어 있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긍정적인 분위기도 아이 엄마로서는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너무 크다는 게 우리의 중론이었다. ㅎㅎ 차라리 더 어렸고 애도 없었으면 결론이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더는 못 있을 맨해튼, 있을 때 잘 즐기자! 그렇게 다짐하고 각자 서둘러 아이를 하원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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