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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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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12. 2024

슈퍼볼 선데이

미국생활 176일 차



오늘은 슈퍼볼 선데이다. 미식축구 프로 리그 결승전을 슈퍼볼이라고 하는데, 그 경기는 항상 일요일에 열려서 그날은 슈퍼볼 선데이다.


슈퍼볼에 대해 아는 거라곤, 대학 전공 수업 때 배운 슈퍼볼 광고들밖에 없다. 슈퍼볼 광고는 일 년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서 기라성 같은 광고들이 많았다. 80년 대 애플 광고라든지... ㅎㅎ (세상에 나 진짜 옛날 사람 같다 ㅎㅎ)


84년 슈퍼볼 때만 딱 한번 했다는 전설의 애플 광고


아무튼 그래서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막상 슈퍼볼이 다가오니 워낙 여기저기서 얘기를 해대서 알 수밖에 없었다. 슈퍼볼이 큰 행사긴 한가 보다. 내 주변에는 미식축구 팬들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다들 틀어놓긴 한다고 했다. 광고나 하프타임쇼 (하프타임에 하는 가수 공연) 정도는 본다고. 그리고 슈퍼볼은 윙이나 칩, 샌드위치 같이 간단한 애피타이저를 먹으며 보는 경우가 많아서, 슈퍼볼은 틀어만 두더라도 그런 음식은 챙겨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집 주변 식당들도 슈퍼볼을 상영할 테니 보러 오라고 팻말들을 내걸어 놨다.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도 관련 음식 영상/ 포스팅이 많이 올라온다


그럼 우리도 빠질 수 없지 ㅎㅎ 집에 TV도 와이파이도 없지만, 슈퍼볼 중계를 보려고 유튜브 TV를 구독하고 핫스팟을 연결했다. 오늘 오후에는 외부에서 딸내미 친구네와 플레이데이트가 있어서 너덜너덜했는데, 오는 길에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근처 마트에 들러 치킨과 감자칩까지 샀다.


딸내미가 고른 만원짜리 감자칩 ㅎㅎㅎ


컴퓨터로 6시부터 슈퍼볼을 틀어놓고, 사 온 음식과 샐러드를 펼쳐놓고 보며 먹었다. 처음에 게임은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딸내미는 사람들이 다칠까 봐 걱정했고, 나와 남편은 규칙을 배워가며 보느라 바빴다.


치킨, 감자칩, 치즈, 아보카도 샐러드로 조촐하지만 그래도 슈퍼볼 테마로 ㅎㅎ


역시나 광고랑 하프타임쇼가 재밌었다. 미국 광고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경쟁 업체와 비교를 할 수 있는데 (=경쟁 업체를 깔 수 있는데), 와이파이 업체인 스펙트럼 사가 대놓고 그런 광고를 했다. 잘 터지는 자기네 인터넷을 두고 멍청하게 티모바일 인터넷을 가입하면 벽을 뚫어야 인터넷이 터진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기업에서 오래 일한 나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ㅎㅎ


광고들에는 나도 얼굴을 아는 셀럽들이 나오는 건 기본이었고, 우버 이츠 같은 경우는 제니퍼 애니스턴/ 비욘세/ 어셔가 광고 하나에 줄줄이 나와서 대체 돈을 얼마나 들인 거야 싶기도 했다. 딱 봐도 엄청 창의적이고 신경 많이 쓴 광고들이 많았다. 그래서 재밌기도 했지만 은근 피곤하기도 했다.


한쪽 팀 선수가 테일러 스위프트 남친이라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응원왔다. 관중석하면 무조건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춰서, 관중석 비출 때 조차도 화려한 느낌이었다


딱 한 광고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다른  모든 광고가 엄청 화려하고 슈퍼볼에도 정신을 많이 뺏기는 상황에서 결코 소비자들이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하프타임쇼는 젊은 가수 - 테일러 스위프트쯤 - 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40대 중반의 어셔가 나왔다. 슈퍼볼 자체가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모양이다. 어쨌건 난 아는 곡들도 많이 나오고 나쁘지 않았지만 ㅎㅎ 13분의 짧은 쇼였는데도 무대도 의상도 확확 바뀌고 미니 콘서트 같았다.


딸내미는 8시 20분 쯤 하프타임을 마지막으로 보고 잠들었다 ㅎㅎ


슈퍼볼 그래도 보다 보니 대강의 룰을 알 수 있었고, 주야장천 보다 보니 나름 재밌는 구석도 있었다. 광고나 하프타임쇼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오래간만에 간식을 먹으며 스포츠 보는 기분도 좋았다.


보통 사람들은 슈퍼볼 선데이에 술을 엄청 마신다고 한다. 보통 12월에 연말이라고 술을 많이 마시고 1월에는 Dry January라고 금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슈퍼볼이 딱 2월 초다. 여기 사람들은 놀 계획도 참 잘 짜는 것 같다. 덕분에 단기 거주자인 나도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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