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83일 차
오늘은 퇴역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박물관으로 활용한 Intrepid Museum에 갔다. 항공모함이라니! 잠수함이라니! 박물관에 갔더니 진짜 항공모함이랑 잠수함이 열려있어서 우리 가족 모두 흥분했다 ㅎㅎ
항공모함 갑판에는 진짜 비행기들이 정열해 있었다. 비행기 날개들을 모두 접어 놓았는데 보관 공간을 줄이려고 그랬단다. 오. 날씨가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갑판에 있는 게 조금 힘들긴 했지만, 진짜 항공모함에 올라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종석이 있는 쪽에도 올라가 볼 수 있었다. 공간이 협소해서 특히 계단은 내가 오르내리기에도 힘들었는데 다행히 딸내미는 다람쥐같이 잘 다녔다.
나중에 잠수함도 키가 스스로 협소한 원통형 구멍을 넘을 수 있어야 들여보내줬는데 딸내미는 다리를 하늘로 쭉 뻗어 머리 옆으로 넣어버리는 체조 선수 같은 자세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우리도 직원도 빵 터졌다. 직원은 자기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멋지게 통과했다고 딸내미를 폭풍 칭찬해 줬다.
항공모함 조종석이나 잠수함이야 말로 이 박물관의 진수였다. 보통 사람이 언제 그런데를 가볼 수 있을까. 하지만 만 4세를 넘지 않은 아이들은 아직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수많은 다른 가족들이 안타까웠다. 사실 곧 태어날 둘째가 떠올라 남 일 같지 않았다는 게 더 맞는 말이지.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진짜 열심히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ㅋㅋ
박물관에서 식당이나 피크닉 공간은 가장 아래층에 있었는데 그곳은 원래 항공모함에서도 식당으로 쓰이던 공간이었다. 항공모함의 식당과 조리실 공간을 쭉 구경하고, 비슷하게 허름한 공간에서 ㅎㅎ 밥을 먹자니 뭔가 현장감이 좋았다.
키즈위크도 진행 중이라 아이를 놀리기도 좋았다. 나사에서 대대적으로 나와서 강연도 하고 각종 어린이 액티비티도 했다. 몰드도 만들어보고, 태양계 그림도 그리고, 강아지 모양 풍선도 우리랑 직접 만들어보고, 태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는 재밌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태양계 얘기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우리가 보기엔 별거 아닌 거라도 아이들한텐 와닿는 게 다른가보다.
플라네타리움도 있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플라네타리움에서 벌써 세 번 본 그 다큐를 틀어주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직원이 직접 별자리를 이것저것 보여주며 바로바로 설명을 해주는 거였다. 고대 그리스/ 로마/ 중국의 서로 다른 별자리 이야기, 주요 별자리 찾는 법, 곧 다가올 천체 이벤트들 등등. 기본 구성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춰 바로 날짜/ 보는 위치를 조절해 설명해 줬다. 진짜 생각 이상의 고품격 강연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바닥에 눕는 걸 보고 딸내미도 누웠는데, 나도 그 옆에 누웠다 딸내미랑 존 건 함정… 아직은 낮잠 없이 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 ㅎㅎ
11시쯤 입장했는데 5시쯤 문 닫을 때가 다 되어서야 나왔다. 딸내미는 “엄마 아빠도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지? 우리 주말마다 여기 오자!” 하면서 대만족을 표했다. ㅎㅎ 나도 힘은 들었지만 재밌었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쿨컬처패스 (NYC 공립학교에서 배포하는 박물관/ 미술관 무료 입장권) 덕분에 뉴욕에 새로운 곳들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