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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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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24. 2024

자연사 박물관 특별전 투어

미국생활 185일 차



엊그제 Intrepid Museum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이번주는 과제도 많지만, 오늘은 자연사 박물관이다. 이번주는 아이 방학이기 때문에 달린다. 남편이 아이랑 단 둘이 가겠다고 제안해 주었지만, 오늘이 이번 주 중 유일하게 학교 일정이 없는 날이라 같이 가겠다고 했다. 아이 방학인데 그래도 주중에 하루는 같이 다녀야지. 남편을 쉬게 하고 아이랑 둘이 가면 가장 좋겠지만, 초기 임산부 체력에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했다.


오늘은 특별관 투어다. Invisible world - 코끼리 관련 전시 - 나비 체험의 순서로 달렸다.  Invisible world는 작년 11월에도 아이랑 와봤다. 이종 생물 간의 관계, 뉴런, 네트워크 등 '눈에 안 보이는 연결'을 주제로 한 전시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서로 다른 내용들을 엮은 전시라 전시 기획안 자체도 하나의 '눈에 안 보이는 연결'을 구체화시킨 것 같았다.


뭐, 이런 생각은 다 나중 얘기다 ㅎㅎ 전시에서는 아이가 이런저런 인터랙티브 패널들을 누르는 걸 쫓아다녔다. 가족끼리 전시를 가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남편은 전시를 보게 하고 내가 아이를 쫓아다닌다. (내 체력이 허락하는 시간이 요즘엔 진짜 짧다는 건 함정 ㅋㅋ) 그래도 항상 남편은 아쉬운 것 같지만, 둘째가 태어나면 이 정도도 없다. 지금이라도 즐기길 ㅎㅎ


흠 이 독개구리들은 왜 거기 있었던 걸까. 두번을 본 전시인데도 알 수 없다 ㅋㅋ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360도짜리 인터랙티브 공간이다. 다양한 눈에 안 보이는 연결에 대해 얘기하면서 화면이 확확 바뀌고 바닥에 뜨는 것들은 밟으면 터지거나 사람을 쫓아다니거나 한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전에 왔을 때는 별로 관심 없어해서 이상했는데, 이번에는 딸내미가 엄청 좋아해서 여기서 10분 넘게 잘 놀았다.


멋지다 ㅎㅎ


다음 코끼리 관련 전시도 생각보다 재밌었다. 여기서는 딸내미가 이것저것 흥미 있게 구경해 줘서 남편도 나도 번갈아가며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전시를 보며 코끼리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째서 내가 코끼리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을까. 코끼리가 물 웅덩이를 만들고, 엄청난 양의 풀을 먹어치우고 (그래서 '솎아내기'의 역할을 해주고), 소화가 잘 안 된 엄청난 양의 배변을 해서 (씨앗을 퍼트리고 다른 동물의 먹이를 마련해 줘서) 얼마나 주변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되는 주는지. 실패를 통한 학습이 아니라 인지 능력으로 학습할 정도로 얼마나 똑똑한 동물인지. 신기했다.


코끼리들이 진흙을 파헤치면서 이런 웅덩이가 생기고, 이 웅덩이가 주변 생태계의 중심이 된다고. 나만 몰랐던 건가… ㅎㅎ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답게 실물 크기의 실물 크기의 매머드/ 코끼리를 전시하고 그 몸통에 뼈나 근육을 보여주는 빔을 계속 쏘면서 설명을 해주는 등 내용뿐 아니라 비주얼도 멋졌다.


딱 자연사 박물관 느낌의 전시물 ㅎㅎ


잠시 싸 온 볶음밥을 먹고 나비관으로. 여긴 딱 한 칸짜리 전시실인데 전시실 안은 나비와 나비에게 간택받고자 손가락 하나를 들고 기다리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ㅋㅋ 우리도 전에 왔다가 간택을 못 받고 이번에 다시 왔다. 딸내미는 우리 눈치를 보면서도 작은 꽃을 하나 땄다가, 그걸 한참 잡고 있어서 너덜너덜해지니 바닥에 떨어진 꽃들을 주워서 들고 있다가 하며 나비를 간절히 바랐다.


간절한 딸내미. 여긴 나비들 온도에 맞춰서 엄청 더웠다. 덕분에 내복차림의 딸내미 ㅎㅎ


그러다 기적같이, 내 손에 나비가 앉았다! 아이가 바닥에서 주워 올려준 작은 꽃송이 덕이었을까. 아이에게 옆에 손가락을 대보라고 했더니 아이 손가락에 나비가 발을 하나 걸쳤다. 아이가 어찌나 신기해하는지. 한참 그러고 있고 싶었는데 직원이 지나가면서 "나비를 그렇게 옮기면 안 되고, 꽃도 따면 안돼요"라고 한마디 해서, 눈치 보며 나비가 아이에게 건너가길 바라며 손을 움직이니 나비가 날아갔다. 직원은 할 말을 한 건데 괜히 아이가 안타까워서 "꽃은 주운 건데요..."하고 소심하게 대꾸했다... ㅠㅠ 남편이 잠시 나가 있어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은 게 너무 아쉽다.


너무 신기해하는 딸내미 ㅎㅎ


그래도 보람찼다. 극도의 피곤함으로 공공장소에서 또 잠들 뻔했고 (잠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도 혼미하다 ㅋㅋ) 아이가 가라테 하러 가자마자 나는 과제 하러 달려가야 하긴 했지만, 아이 손에 나비 발 하나 대본 걸로 극도의 피곤함이 다 보상 받았다. 남편이 전시를 본 것도 좋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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