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86-7일 차
요새 고민이 많다. 다 연결된 문제라 성별 나오면 고민해 보자고 미뤄 놓고 있다가 드디어 이번주 초에 성별이 나와서 (하지만 방학 주간이라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오늘에야) 얘기해 보게 되었다.
1. 가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아이를 어디서 낳을 것인가다. 학위 과정은 8월 초에 마치고 출산 예정일은 8월 말이라 자연스러운 방향은 미국서 낳는 거지만, 어떻게 어떻게 학교와 협의하면 한국서 낳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의 교육과 국적을 위해 불편함과 엄청난 추가 비용을 감수할 것인가의 고민이다. 원래 둘째가 아들이면 무조건 미국에서 낳으려고 했는데 (미국에서 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서 가능한 옵션을 주고 싶었다.) 딸이라 고민이 깊다.
2. 새로운 회사에 지원을 해볼까도 고민이다. 원래는 해 볼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둘째가 생기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가 낳자고 했으니 내가 키워야 하는데 남편은 벌써 일 년이나 육아휴직을 해서 이제 복직을 할 생각이다. 지원한다고 될지도 모르지만, 돼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하다.
엄마가 최대한 도와줄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남편 왈 이제 효도를 할 나이에 부모가 손 내민다고 덥석 잡아서 고생시키면 안 된다고 한다. 나도 동의는 하고. 하지만 학비에는 졸업 후 주어지는 3년 간의 OPT (실습) 비자 값도 포함인 셈인데, 그 비자가 없으면 기회가 아예 없는데 ㅎㅎ 아쉬움도 크다.
3. 커리어 자체도 고민이다. 오기 전에 어떤 회사 분이 그랬다. 가서 관심 가는 키워드 하나만 잡아와도 성공이라고. 나는 그 키워드가 자꾸 음식 쪽으로 잡힌다. 나의 두 갈래 관심사가 음식과 기후인데, 여기 오기 전부터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안보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드디어 그런 쪽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니 관심이 걷잡을 수 없이 그쪽으로 쏟아진다. 나의 그간 커리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취업도 막막하고, 그쪽으로 일하려면 이탈리아로 가야 하는데 거긴 진짜 남편이 일할 거리가 없다.
아직 생각을 시작하는 단계라 우선순위도 정해지지 않았고, 아쉬움도 분리가 잘 안돼서 어렵다.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변화를 꾀할 여지가 있다는 거고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거니까. 어느 쪽이든 좋을 거다. 며칠만 내게 시간을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