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Feb 27. 2024

임산부, 얼전트 케어 방문_240225

미국생활 190일 차


아프다. 이번주에 딸내미가 목감기를 앓았는데 그걸 옮은 모양이다. 어제 아침부터 엄청 피곤하다 싶더니 점심 때는 열이 37.7도로 올랐다. 버텨보려고 했는데 저녁에는 38도가 되었다. 찾아보니 38도 이상되는 열은 태아에게 안 좋다고 해서 약을 먹기로 했다.


산부인과에서 받은 먹어도 되는 약 리스트를 열어봤다. 한국산부인과에서는 이런 거 받은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병원 한번 가는 게 큰 일이니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 리스트를 주는 모양이었다.


필요한 분들 보세요 ㅎㅎ


타이레놀 500mg 등을 먹으라고 되어 있는데,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지만 용량이 다른 약만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어서 남편을 약국으로 보냈다. 약국에도 타이레놀은 없었지만 같은 성분과 용량의 약이 있어 그걸 사 왔다. 소소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주는 리스트나 약국의 복제약이나 다른 게 은근히 있다고 열에 시달리면서도 느꼈다.


딸내미가 태어나고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에 골절 수술하거나 했을 때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는데 여긴 우리뿐이었다. 어쨌건 남편은 아이를 봐야 하니 밤새 혼자 앓았다. (아이는 아토피 때문에 아직 우리가 밤에 같이 자며 그때그때 상황에 대응을 하고 있다.) 약을 먹으면 열이 37.6도 정도로 떨어지고 약효가 떨어질 시간이 되면 바로 열이 38도로 올랐다.


딸내미한테 젖은 수건 접어서 엄마 이마 위에 올려 달랬더니 열심히 접는 중 ㅎㅎ 다 키웠다


다음날이 돼도 열은 그대로였다. 약간의 오한이나 목 아픈 것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잔뇨감도 있어서 자꾸 화장실에 갔다.  임산부는 열이 오르면 바로 타이레놀을 먹고 병원에도 꼭 가보라고 들었는데, 일요일이지만 병원에 가야 하나 걱정이 됐다. 어제 약국에서 복제약을 사면서 아는 가정의학과 의사 (딸내미 친구 엄마) 한테 괜찮을지 물어봤었는데, 친절하게도 컨디션이 어떤지 다시 연락이 왔다.


완전 24/7 상시 대기 개인 주치의다 ㅠㅠ


얘기를 해보니, 간단한 상기도 감염인 것 같긴 하지만 잔뇨감은 혹시 감염일 수도 있으니 오늘 테스트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단 얼전트케어는 초기 임산부는 안 받을 수 있으니 우선 산부인과에 전화해 보라고. 자기가 아는 산부인과 의사도 있으니 무슨 일 있거나 하면 바로 전화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진짜 고마웠다. 이런 지인을 만난 건 진짜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결국 얼전트 케어에 오긴 했다. 산부인과에 전화해 보니 코로나일 수도 있으니 얼전트 케어로 가서 코로나와 소변 검사를 같이 받으라고 했다. 얼전트 케어를 가려니 조금 고민이 되긴 했다.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고. 혼잣 몸이었으면 내일까지 참을 수 있는 정도인데. 임산부다 보니 가늠이 안 됐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같은 반응이었다. 얼마쯤 나오려나, 내일까지 있어보는 건 어떨 것 같아, 잘 판단해 봐 같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편이 그렇게 얘기하니 못내 섭섭했다. ㅋㅋ 그래도 얼른 찾아보니 보험이 되면 엄청난 가격은 아닐 것 같고 뭐 때문에 돈 버나 싶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얼전트 케어로 왔다.


여기 병원들이 진짜 잘 꾸며놓았고 친절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얼전트 케어는 더 했다. 아무래도 돈을 가장 많이 벌어 그러려나. 대기실도 빛이 쫙 들어오는 게 쾌적하고, 카운터에 간호사도 진짜 친절했다. 과하지 않게 친절해서 혀를 내 둘렀다.


쾌적한 대기실 보소


다행히 비용은 60불이었다. (약 8만 원)  대기하며 선불로 냈다. 테스트를 진행하면 그 비용은 나와서 다시 내야하나 물어보니 보험 적용하면 60불에 모든 게 포함된다고 했다. 보험 적용 안 하면 방문비용만 120불에 테스트 비용은 별도라고 했다. (소변검사만 받고 코로나는 내일 학교에서 받아야 하나도 고민했는데 둘 다 받고 가기로 했다 ㅋㅋ) 산부인과를 방문해도 30불은 방문비로 내는데, 생각보다 일반 병원과 얼전트 케어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구나 싶었다. 하기사 생각해 보면 여기는 응급실이 아니라 얼전트 케어다. 우리나라는 주말에 문 여는 병원에 가면 가격차이가 없… 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있더라도 거의 차이를 못 느낄 수준이니.


여기 병원들은 의사 사무실과 진료실이 따로다. 의사가 더 귀해서 더 잘 대접받는 건가. 근로 환경 측면에선 우리나라보다 쾌적해 보인다. 아무튼 진료실에서 기다리면 간호사가 혈압 측정이나 이것저것을 먼저 한다. 뭘 테스트할지는 의사와 정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간호사가 내 얘기를 듣더니 코로나와 소변검사를 그냥 진행한다. 여기는 코로나 검사도 푹 찌르지도 않고, 내가 집에서 하듯 적당히 코 안에 넣고 다섯 번씩 돌린다. 흠 잘 되는 거 맞겠지 ㅎㅎ 결과는 두 가지 다 십분 내에 바로 나온단다. 산부인과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이것도 좋다.


진료실. 다른 병원도 비슷하게 생겼다


둘 다 음성이라는 결과를 들고 의사가 찾아왔다. 의사도 진짜 친절했다. 목을 보려고 막대기로 혀를 살짝 누르면서도 “I’m sorry” 란다. 아닌 사람이나 병원도 있겠지만, 여기가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 자체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의사가 권해서 목에 박테리아 테스트도 한번 더 했고 그것도 음성이었다. 랩이 12:30에 마쳐서 빨리 테스트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오전에 오길 진짜 잘했다 싶었다.


얼전트 케어임에도 예약을 받아서 예약을 하고 왔지만 대기하는데 20분, 의사와 간호사가 왔다 갔다 하며 진료 보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안 그래도 하루종일 누워있을 만큼 컨디션이 안 좋은데 뚜벅이로 그렇게 다녀왔더니 너덜너덜하다. 따로 처방받은 것도 없고,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고 비타민C 섭취 잘하고, 열 많이 나면 타이레놀을 먹으란다. 그래도 마음은 진짜 편해졌다. 몸은 아프지만 개운하다. 그리고 미국 얼전트 케어도 다녀와 봤고. ㅎ


갑자기 와서 이불도 덮어주는 딸내미. 이불 덮으면 안되긴 하지만 고맙다 ㅎㅎ





+)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진 약을 먹어도 계속 열이 38.4였다. 열이 많아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얼전트 케어를 다녀와서 열만 무서워하면 돼서 다행이었다. 그 지인도 8주까지가 열에 진짜 위험한 시기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 시간에 쉬는게 낫다고 했다 ㅠㅠ 아가야 우리 힘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앞날에 대한 고민_24022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