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94일 차
거의 만 3일을 고열에 시달린 후, 화요일부터 열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대신 기침과 콧물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열이 가셔서 (튼튼이가 한증막에서 벗어나서) 안심이다.
거의 정신없이 누워있다가 슬슬 정신을 차리니 먹는 게 고역이다. (그전에는 먹을 생각도 못했다.) 내가 아파서 남편이 음식을 하고 있는데, 나까지는 차례가 안 온다. ㅎㅎ 남편이 독박 육아를 하는 데다 원래 요리를 못하니, 아무리 내가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레시피를 찾아다 준다고 해도 숨이 턱이 차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따로 내 밥 얘기를 안 하다가 굶을 뻔했다. ㅎㅎ 남편은 아이와 본인 챙기기도 정신없으니 내가 뭘 따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딸내미와 둘 의 밥만 챙겨서 먹었다… ㅎㅎ 약을 먹으니 굶을 수 없어서, 내 것을 좀 남겨주거나 나한테 물어봐 달라고 해고 잊어버리곤 했다. “나라면 필요한게 있음 부탁했을테니까, 널 따로 챙기는 걸 자꾸 까먹어"라고는 하는데, 뭘 챙길지도 모르겠고 정신도 없고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물어는 주지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ㅎㅎ (그래도 남편 진짜 고생 많다...그리고 내가 해달라는게 있음 가능한 해준다.)
살려고 끼니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편과 아이가 먹는 걸 한 입 같이 먹는다. 내가 메뉴는 정해주지만 메뉴 선정의 기준이 전적으로 아이가 먹을 만한 것 + 남편이 조리하기 편리한 것이다 보니 내 속에는 안 받았다. 어젯밤에는 소화가 안 되어 잠이 안 오더니, 아침에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억지로 누룽지를 대충 혼자 끓여 먹다가 다 토하고 말았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대학원 와서 수업도 처음으로 째보고 자리보전하고 있었지만, 내일도 중간고사 다음 주 월요일도 중간고사다. 도서관에 갈 힘도 없고 집은 공부할 환경이 안되니 집 바로 옆 카페에 억지로 가서 앉아서 내일 시험 과목 필기만 한 번 훑어봤다. 그래도 다행인 건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안되다 보니 심적으로 낮은 시험 점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거다. ㅎㅎ
비록 내일의 시험이 나를 멱살 잡고 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멱살 잡혀서라도 일으켜지는 상태가 되어 다행이다. 외지에서 임신하고 아프면 진짜 고생이다 ㅠㅠ 몸 일으켜지니 내 몸 내가 잘 챙겨서 얼른 낫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