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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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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06. 2024

중간고사 끝_240304

미국생활 199일 차



일주일 호되게 앓고 정신 차려보니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며칠간 벼락 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시험 과목이 두 개뿐이고 날짜가 좀 떨어져 있어서 이틀 씩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엄마 공부하는 도서관 앞에서 놀고 있던 남편과 딸내미 ㅎㅎ (사진 중간에 바닥에 앉아 명상하고 있는 둘 ㅋㅋ)


하지만 한 과목은 통계 과목이었다. 통계하면 합집합/ 교집합만 겨우 기억나는데 p-value니 t검정이니 익히고 코딩까지 하려니 힘들었다. 수업 중에도 가끔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혼자 공부한다고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ㅋㅋ 통계 과목은 월요일 시험이라 주말에 공부를 했는데, 남편 독박육아를 시키면서 공부하는데 하나도 진도가 안 나가니 진짜 미안했다. 그렇게 공부해 놓고 시험 직전에 내가 표준 편차와 p-value도 제대로 구별 못하는 걸 보고 남편은 헛웃음을 지었다ㅋㅋ


이해하기보단 외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시험은 그럭저럭 치렀다. 찍은 문제가 하나도 없어서 조금 당황도 했다. (물론 찍은 게 없다고 다 맞았다는 건 아니다.) 정말 헤맬 줄 알았는데 모두가 카오스라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 시험도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밤에는 12시간을 잤다.


아침에는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는데 일어나 지지가 않아서 결국에 남편이 또 혼자 아이를 등원시켰다. 고되게 입덧을 하고, 또 일주일을 호되게 아프고 긴장까지 풀리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남편이 진짜 고생했다. 지옥 같은 일주일 간의 방학 - 아내의 감기 - 아내의 중간고사 때문에 이주 넘게 독박 육아를 했다.


그래도 마지막 시험 전날에는 딸내미 친구 생파도 데리고 갔다 왔다. 애들 생파는 엄마아빠들 사교의 장이라 아빠가 (성향 상) 갈 수 없다 ㅋㅋ


나는 주로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고 남편은 가능한 일상의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머무르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부모님의 도움을 얻거나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서로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둘째를 어디서 낳을 것인가도 아직 확정을 못했고. 둘째를 낳고 나면 여러 가지로 둘의 가치관이 상충될 일들이 더 많아질 텐데, 남편이 벌써 지쳐해서 걱정이 된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고 오늘 아침 서로 여러 얘길 했다. 여전히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며 무한 평행선을 그었지만, 남편은 "상담 받은 기분이다"라고 했다. 얘기를 한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모양이다. 그래 이만큼 씩이라도 해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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