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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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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08. 2024

낳고 가기로 했다_240307

미국생활 202일 차



드디어 올해 내내 하던 고민을 끝냈다. 둘째는 맨해튼에서 낳기로 했다.


뉴욕주 출생증명서. 한글버전도 있다! 출생 자치구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럼 얘는 맨해튼 출생이 된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내내 남편과 의견이 갈렸다. 남편은 조기 귀국 후 한국에서 낳자고 했고, 나는 학위 과정을 다 마치고 여기서 낳고 돌아가자고 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학교와 협의해서 학위는 받을 수 있다.) 진짜 성향이 다른 우리는 의견 충돌이 잦지만, 이건 중간 타협점도 없는 선택지라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것도 합의를 했다기 보단, 남편이 양보를 해주면서 결론이 났다.


내 입장에서 보면, (1) 원래 계획보다 불과 2달 더 있는 거고 (2) 여기도 다 애 낳고 사는 곳인 데다 (3) 둘째 낳으면 어디 있든 힘들기 때문에 미국에서 낳는 게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남편은 (1) 비용도 더 들고 (2) (산후조리, 영어, 추가로 있으면서 알아봐야 할 하우징/ 보험/ 아이 서머스쿨 등) 복잡한 게 많은데 (한국에 돌아간다고 복잡한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3) 아이에게 미국 국적을 준다고 그걸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히 한국에서 낳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양보해 준 남편에게 진짜 고마웠다.


그래서 열심히 요리한다… 돼지갈비찜. 냄새가 너무 심해서 왜 시작했을까 후회했다. 과제도 밀렸는데 ㅋㅋ


하지만 남편들은 참 한 마디 말로 그 고마움을 통째로 깎아먹곤 한다. 남편이 어제 자기 블로그를 업로드하기 전에 나에게 사전 검수를 요청했다. 대체 뭘 썼나 싶어서 보니 내가 베짱이 같다고 써놨다. 여름에 놀면서 (애를 미국에서 낳자면서) "겨울에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키우겠지)라고 하다가, 겨울이 되면 개미(자신)한테 도움을 요청할 거라고.


참내. 내가 진짜 베짱이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입덧하면서 음식 하던 것과, 일하기 싫어하는 남편 언제든 그만두라고 내가 벌겠다고 하던 과거(이자 현재)들이 스쳐 지나간다... 진짜 베짱이 해버릴라...


(문제의 포스팅 ㅋㅋ)


아무튼 그래도 이제 결정해서 마음은 편하다. 이제 산적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겠지만 (내가 결정했고 남편은 이런 거 알아보기 싫어하니, 학위 과정이 바쁘든 컨디션이 안 좋든 나 혼자 다 알아보게 될 거다.  베짱이면 그렇게 하겠니... 뒤끝은 계속된다...) 그래도 그건 하면 되는 일이다. 둘째 임신/ 출산/ 육아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잘 한 번 헤쳐 나가 보자! 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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