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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11. 2024

뉴멕시코 여행 3일 차, 화이트샌즈_240310

미국생활 205일 차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은 뉴멕시코 여행을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역시 정말 정말 좋았다. 그냥 그랬다는 평도 있어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이렇게 하얀 모래 언덕들이 줄지어 있다.


특히 아이가 너무나도 좋아했다. 아이에겐 사막이란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 놀이터였다. 애들이 모래 놀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될 거다. 3시간 여를 있었는데 아이는 지겨워하는 기미도 없이, 뛰어다니다가 모래 위에 글씨를 쓰다가 두꺼비집을 만들거나 했다. 거기서 하루 종일도 그렇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귀요미 ㅎㅎ


사실 화이트 샌즈에서 가장 유명한 액티비티는 모래 썰매다. 나도 어렴풋이 얘기를 듣고 뉴욕에서부터 준비를 해왔었다. 택배 박스 세 면을 뜯어서 ㅋㅋ 굉장히 보잘것없는 썰매였는데 그래도 아이가 어제 호텔방에서 그걸 꺼내다가 예쁘게 무지개와 가족도 그려놔서 그럴듯해진 썰매였다.


화이트 샌즈에 도착하자마자 야심 차게 그걸 들고 모래 언덕을 올랐는데…. 가질 않았다. ㅋㅋ 주위를 둘러보니 플라스틱 썰매여야만 하는 것 같았다. 아이가 예쁘게 꾸미기까지 했는데 어쩌나 싶었지만, 아이는 여의치 않고 바로 모래놀이에 빠져들었고 사실 모래 썰매를 타는 것도 그렇게 재밌어 보이지는 않았어 안도했다.


어디까지 가니 ㅎㅎ


아이가 잘 놀아준 덕에 일몰 투어도 할 수 있었다. 인도 사막에서 일박을 했을 때, 가만히 누워있으면 해가 내 옆에서 뜨고 내 옆에서 지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서 꼭 하고 싶었다. 1시간짜리 투어에 국립공원 레인저의 설명을 들어야 해서 과연 아이와 갈 수 있을까 긴가 민가 하면서 따라갔었다. 게다가 성수기라 그런지 인솔하는 레인저는 한 명인데 따라가는 사람은 70명은 족히 돼 보였다. 모래 언덕을 다니면서 4번 정도 멈춰서 레인저가 설명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아이가 걷기도 잘 걷고 멈춰 서면 바로 모래 놀이를 시작해서 진짜 잘 들었다. ㅎㅎ 주로 내가 아이랑 소곤소곤 놀면 남편이 듣고 걸어가며 다시 설명하는 시스템이긴 했지만.


가이드도 짧지만 알찼다. 화이트 샌즈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호수 바닥에 있던 반투명한 돌들이 퇴식되어서 생겼다.), 여기가 얼마나 독특한지 (그리 넓지 않은 곳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넓은 하얀 모래사막이란다.), 그리고 이곳의 생태계가 얼마나 신기한지 (여기만 사는 동물들이 있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고 햇빛을 반사해서 체온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얀색을 띠고 있다고 한다. 이 사막의 3 피트 아래에는 물이 흐르는데 PH11에 이르는 엄청난 알칼리성이라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그 대신 덩치에 비해 굉장히 큰 신장이 있단다.)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이 사막이 생긴 지 8, 9000년 밖에 안된 데에 비해서 생명체들의 적응이 빨라서 엄청 학계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너어무 흥미롭고 재밌었다.


구멍 하나를 파고 막대를 꽂아 두었는데 막대를 들어보니 끝에 물이 묻어 있었다! 물론 이 물은 동물들이 절대 마실 수 없다고.


기대했던 일몰은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여기는 분지 지형이라 지평선 양쪽 끝에 산맥들이 있는데 (그 산맥들이 옛날에는 하나였는데 갈라진 거란다!) 그 산 너머로 해가 져서, 한국에서 보던 일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나도 좋아해서 덩달아 좋았고 우리도 알차게 즐겨서 정말 좋았다.


기대했던 지평선 일몰은 아니었다 ㅎㅎ


오늘은 화이트샌즈가 주 목적지였고, 앨버쿼키에서 화이트샌즈가 3시간 반이나 떨어져 있어서 이동이 길었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아침에 서두르지 않고, 마트만 잠시 들렀다가 11시에 출발했다. 그때부터는 끊임없는 황무지를 보며 내달렸다. 이런 드라이브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실제로 달려보니 감상이 남달랐다.


끝도 없이 이런 풍경


마른 초목들 말고는 생명체가 잘 보이지 않는 끝도 없는 평야에,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핸드폰도 터졌다 안 터졌다 하는 걸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싶었다. 지금은 민간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트리니티 사이트(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온 미국 첫 핵실험 단지)도 지나갔는데, 여기가 왜 핵실험 장소로 꼽혔는지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그래도 간간히 마을들이 있었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과 도시 사는 우리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중간에 태양광 발전소도 지나갔다. 무슨 태양광 전지가 끝도 없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태양열 발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기후변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재생 에너지를 지원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여기의 엄청난 태양광 발전소를 보니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을 위한 노력이 안타깝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물론 이곳은 주변에 공급처가 별로 없고, 공급처가 멀어지면 재생에너지는 유독 어려워지긴 한다. 그래도 일단 생산환경의 급이 너무 다르다 ㅠㅠ)


저 멀리 검은 게 다 태양광 패널이다. 저런 패널들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점심은 가다가 사막 한가운데 푸드트럭에서 사 먹었다. 몇 년 전 섬진강 근처 가설 국수 가게에서 사 먹었던 다슬기 국수가 떠올랐다. 넓디넓은 황무지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 분위기가 일단 압도적이었다. 음식은 보통이었지만, 언제 이런 곳에서 밥을 먹어보나 싶었다. 아이랑 남편은 푸드트럭 뒤 동산에 올라가 탐험도 했고, (모래 언덕이 너무 미끄러워 임산부인 니는 올라가지 못했다.) 아이는 계속해서 큰 돌들도 들춰보며 개미 찾기를 했다. (개미들아 미안… ㅎㅎ) 풍경도 분위기도 일품이었다.


황무지 한 중간에 이런 간이 식당이 덩그러니 있었다. 구글 지도로 여길 찾아낸 나를 칭찬한다 ㅎㅎ


드라이브가 길긴 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내일 3시간, 모레 4시간 반 드라이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 화이트 샌즈도 정말 좋아서 내일도 또 갈 예정이다. 여행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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