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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18. 2024

뉴멕시코여행 9일 차_마지막 날_240316

미국생활 211일 차




드디어 집에 가는 날이다. 여행도 좋지만 항상 집에 가는 날은 설렌다. 오늘 오전은 뮤지엄힐로 향했다. 어제 잠시 들렀던 이곳은 같은 부지에 인디언 아트 앤 히스토리 박물관과 인터내셔널 포크 박물관이 함께 있는데, 남편과 각자 보고픈 곳이 달라 오전에 각각 따로 구경하기로 했다. 딸내미는 유모차를 탈 예정이라, 힘이 더 센 남편이 데리고 가 주었다. ㅎㅎ


왼쪽으로 가면 인디언 아트 앤 히스토리, 오른쪽으로 가면 인터내셔널 포크


전시관이 딱 두 곳인 작은 단층 박물관이었다. 하지만 인디언 문화의 개요를 이해하기에는 좋았다. 한 곳은 인디언의 생활 문화에 대한 전시였다.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영상자료가 많아서 특히 좋았다. 예를 들어 터키 털 이불 옆 태블릿에는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 직접 보여주는 원주민의 영상이 있었다. 실제로 아직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본인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들으니 생동감 있고 좋았다. 영상들이 굉장히 많은데 다소 길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낯선 문화를 이해하기엔 굉장히 좋은 자료였다.


다른 생활용품 만드는 건 물론, 집에 대한 인터뷰 동영상만 8개 정도 있을 정도였다.


터키 털 이불을 만드는 건 기본 틀을 짜기 위한 식물 섬유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유카라는 식물을 불려서 겉껍질을 제거하고, 속의 섬유를 삶은 후 새끼를 꼰다. 그 새끼 사이에 물에 불려 부드러워진 터키 털을 하나씩 말아 넣는다. 말아 넣을 때는 깃털의 뾰족한 부분이 바깥에 노출되지 않게 여러 번 감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터키 털 이불


터키 털 이불을 만드는 것도, 도자기를 굽는 것도, 화살촉을 만드는 것도 모두 엄청난 강도의 노동이 필요했다. 그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에도 감탄했지만, 과연 이 모든 걸 얼마나 보존하고 이어나가야 할지/ 이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인터내셔널 포크 박물관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포크 아트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2시간 반 정도 각각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고, 앨버쿼키의 케이블카로 향했다.


앨버쿼키에는 미국에서 제일 긴 약 4.3km의 케이블카가 있다. 산 위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이 케이블카는 몇 달째 수리 중이다가 엊그제야 다시 운영을 시작했는데, 아침에 날씨 때문에 스탠바이 중이고 운영 여부는 추후에 업데이트하겠다고 해서 하루종일 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했다.


그리고 가보니 운영 여부가 미지수인 게 이해가 갔다. 이 케이블카는 해발 2000미터에서 시작해서 3160미터까지 올라가는데 워낙 높은 곳까지 올라가다 보니 정상 지점의 날씨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케이블카 순서를 기다리거나 정상에서 잠깐 있는 사이에도 구름이 끼었다 사라졌다 했다. 알고 보니 앨버쿼키는 봄에 워낙 바람이 거세단다. 직원들도 자기가 얼마나 일을 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아무 것도 안 보일 때도 있었다 ㄷㄷ


비록 흐렸지만 케이블 카 자체는 탈만했다. 앨버쿼키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고도가 바뀌면서 산의 풍경이 바뀌는 걸 볼 수 있던 것도 좋았다. 케이블 카 안에서 산의 풍경이 바뀌는 걸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는데, 마른 초목이 바위 산이, 바위 산이 순식간에 설산이 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 계절이면 사슴이 보이기도 하고, 여름이면 곰을 볼 수도 있단다. (!)


첫번째 초목 구간
두번째 바위산 구간
세번째 설산 구간


올라간 곳에는 식당과 카페, 스키/ 패러글라이딩 출발점이 있었다. 다만 우리가 갈 때는 너무 춥고 시야가 하나도 확보되지 않아 스키나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날씨가 좋으면 거기서 먹고 마시고 레포츠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나마 두 번 정도 아주 잠깐 구름이 걷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도 눈이 잔뜩 쌓이고 핫초코까지 사주니 좋아했다.


패러글라이딩 하러 가는 곳 ㅋㅋ 보기만해도 춥다
카페 겸 바에는 밖이 하나도 안 보이는 데도 자리가 없었다.


밤 12시 비행기라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싶었는데, 의외로 시간이 잘 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가, 저녁으로 중국 식당에 가고, (일주일 간 멕시코 음식만 먹고 나니 아무리 마지막 식사라도 멕시코 음식을 먹긴 힘들었다. 내내 맛있는 곳들을 갔는데도 그렇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ㅎㅎ)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가니 어느덧 10시가 다 되었다.


멕시칸 맛집보다 아무 중국집이 맛있게 느껴지는 희안한 슨간 ㅎㅎ


앨버쿼키 공항이 쾌적해서 다행이었다. 뉴욕 JFK는 24/7 번잡해서 아침 6시에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여기는 보안 검색대에도 줄이 하나도 없었다. 보안 검색대 아저씨랑 농담 따먹기까지 하면서 들어가서, 여유 있게 자리를 잡고 핸드폰 충전도 하고 아이랑 놀기도 했다. 아이는 각성 상태인지 정말 신나게 놀았는데, 힘들어하는 것보다 다행이다 싶다.


여행을 한두줄로 리뷰하기에도 피곤하다. 집에 가서 좋다는 생각 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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