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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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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17. 2024

뉴멕시코여행 8일 차_타오스_240315

미국생활 210일 차



오늘은 타오스 푸에블로(부락)와 경치가 좋다는 주변 다리를 구경한 후 산타페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남편에게 오늘 일정을 브리핑하면서, 산타페처럼 나중에 아쉬워하지 말고 타오스에 뭐가 있는지 잠깐 보는 게 좋겠다고 그야말로 거들먹거렸다. 그런데 남편이 핸드폰을 5분이나 봤을까. “어? 타오스 푸에블로 문 닫았는데?”라고 했다… 알고 보니 타오스 푸에블로는 매년 이 시기에 정기적으로 외부 관광객의 입장을 막는다고 한다. 아니 그거 보려고 여기 왔는데? … 거들먹거리다 한 대 세게 맞고 좌절한 나에게 남편은 대인배처럼 괜찮다고 해주었다…


아쉽지만 방법이 없어서 타오스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우선을 경치가 좋다는 조지 다리 (Gorge Bridge)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는데 절경은 안 나오고 그냥 길만 계속 이어졌다. 남편과 의아해하는데… 길 아래로 갑자기 엄청난 협곡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협소한 계곡이라 바로 앞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유모차를 들고 다리를 건넜다. 꼬불꼬불한 협곡이 바로 아래에 펼쳐졌다. 남편이 어기적거리며 걷기에 고질병인 관절염이 도졌나 물어보니, 무서워서 그렇게 걷는다고 했다 ㅋㅋ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협곡이었다.


협곡은 리오그란데 주변으로 펼쳐져 있었다. 여행 2일 차에 리오그란데 주변 공원을 방문하면서, 탄천 같이 생겼는데 ‘그란데’를 붙였다고 했는데 여기서 보니 그런 이름이 붙을만했다. 길이도 엄청 길었고 이 강이 이 협곡을 만드는데 일조했을 터였다.


다리를 왔다 갔다 하고, 주차장에 펼쳐진 노점에서 딸내미와 나의 소소한 액세서리 쇼핑을 하고 나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쉬운 대로 타오스 플라자 근처 쇼핑도 갔다. 딸내미가 잠든 덕에 남편과 어슬렁 거리며 다닐 수 있었는데 그것도 나름 재밌었다.


이런 인형도 구경하고 ㅎㅎ


쇼핑을 딱히 즐기지 않는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도 앨버쿼키 올드 타운이나 산타페 플라자를 들렀는데 형식적으로 한 두 개 가게만 들어가 봤을 뿐 딱히 쇼핑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푸에블로가 있는 곳인 만큼 특히 원주민 공예 (혹은 그 싸구려 버전 짭퉁)이 가득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나는 타오스 푸에블로에서 만든 20달러짜리 작은 곰 모양 돌을 샀다.


가운데 얘


굉장히 추상적인 모양의 조각이라 남편은 별로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내 눈을 사로잡았다. 가게 주인은 구매자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그랬는지, 구체적인 형상보다 이런 게 조금 더 전통적인 디자인이라고 했다. 식물 섬유로 짠 그릇과 직물들도 많았다. 여행지 감성을 짧고 빠르게 느끼기에는 쇼핑센터 탐방도 때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과일 담아놓으면 예쁠 것 같은 그릇


그러고 나니 이미 오후 2시였다. 남편이 산타페를 못 다 봐서 아쉬워해서 오늘 저녁은 산타페에서 숙박 예정이었다. 돌아가니 시간이 애매해서 내일 갈 인디언 아트 앤 컬처 박물관의 입구와 샵만 잠시 들렀다. 역시 박물관 샵이 물건들은 좋았다. 생각보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남편 눈치만 아니었으면 내 키만 한 직물을 살 뻔했다.


산타페 유명 식당에 웨이팅을 걸어놓고 철도 공원과 놀이터에도 들렀다. 우리나라처럼 여기도 오래된 철길을 공원으로 개조한 철도 공원이 핫플인 느낌이었다. 주변에 힙해 보이는 식당들과 로컬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오른쪽은 모두 바나 식당


공원 끝에는 놀이터가 있었는데, 여기도 이곳 자연의 느낌을 살려서 모래색 바위를 오르내리는 기구 등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내 유모차를 고수해서 과연 걸을 수 있는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던 딸내미는 놀이터를 보고는 벌떡 일어섰다. ㅎㅎ


등반을 못 참는 딸내미


식당에서 밥을 먹고 호텔에 체크인했다. 딸내미는 이제 호텔 체크인에 인이 박혔는지, 먼저 양치컵의 유무를 확인하더니 냉장고 위 일회용 컵을 꺼내 자기 양치컵을 세팅했다. 자기 가방들을 옷장에 넣었고, 슬리퍼용 크록스도 꺼냈다. ㅎㅎ 우리가 기특해하니 알아서 다른 자기 짐도 모두 세팅을 끝냈다. 아이고 편해라.


타오스 푸에블로를 못 가서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나도 가족들도 소소한 로컬 여행지들을 즐기면서 하루를 잘 보내서 안심했다. 여행 오기 전에 입덧에 시험에 정신없게 보냈는데, 이런 실수를 한 걸 보니 정신이 없긴 했나 보다 ㅠ


드디어 내일은 집에 간다. 즐거웠지만 그래도 일주일이 넘어가며 슬슬 피로가 쌓였는데 집에 간다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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