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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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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20. 2024

여독, 세금 신고_240317

미국생활 212일 차



아침 6시에 JFK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오픈한 공항 내 바와 바 안에서 음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뉴욕에 돌아온 실감이 났다. 밤 비행기에서 기절했다가 일어난 직후라 아침 6시부터 술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더 정신이 없다가도 집에 다 왔다는 안정감이 들었다.


남편은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가길 바랐지만 내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해서 리프트를 탔다. 80불쯤 했는데, 저번에 남편과 둘이 라멘 한 그릇씩 먹은 가격과 비슷해서 남편에게 라멘 한번 덜 사 먹겠다고 했다 ㅎㅎ 남편을 설득해 리프트 타길 잘한 게 타자마자 우리 셋 다 골아떨어졌다. 이럴 때 쓰려고 돈 버는 거지 ㅎㅎ


딸내미는 비행기에서 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이 상태 ㅎㅎ 다행이었다.


집에 와서 나와 딸내미는 바로 누워 3시간을 넘게 잤는데, 남편은 자라고 해도 씻고 다 정리하고 우리 깰까 봐 거실에서 눈을 붙인 듯했다. 하이고.


그러고 나는 오후에도 뻗었다. 아이가 너무 쌩쌩해서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임산부라는 핑계로 또 3시간쯤 자버렸다. 도저히 깨 있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비행기에서부터 눈만 감았다 뜨면 3시간이다.


점심은 한인 마트에서 비빔 나물을 사다 먹었고, 저녁에는 미역국을 해 먹었다.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한 달씩 해외 출장 갈 때는 외국 음식만 먹고도 잘만 지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는 게 참 신기하다. 나는 그때 한식 찾는 선배들을 보며, 그들은 외국 음식을 많이 접하고 자라지 못한 세대라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었다.


밤에는 조오금 정신을 차려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생각지 못한 복병은 세금이었다. 원래 세금을 생각도 못했는데 우체통을 오랜만에 확인했다가(=밀린 일) 전에 은행 계좌 개설하면서 받은 100불에 대한 세금 24불을 내라는 통지서를 보았다 … 어차피 소득이 없어도 신고를 해야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24불 때문에 신고를 위한 신분(ITIN)까지 만들어야 했다. 세금 신고 서류를 작성하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고, 신분을 만들기 위해 여권 사본을 떼러 총영사관에도 가야 한다. 그리고 나선 신분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부치러도 가야 된다. 24불 때문에 이 고생이라니… 한국의 연말정산 시스템이 그립다.


학교에서 일부 서비스를 지원해주긴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엄청 프로세스가 간편해지진 않는 것 같다 (정보를 알맞은 칸에 입력하는 것만 도와줌)


맨해튼에 살면서 치명적인 단점 3가지를 꼽으라면, 비싸고, 행정처리가 골치 아프고, 한국 음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이고 아무튼 현실로 돌아오긴 돌아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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