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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25. 2024

남편 없는 이틀, 센트럴 파크의 봄_240323-4

미국생활 218-9일 차



남편은 하프 마라톤 출전 차 일박이일로 필라델피아에 갔다. 원래는 딸내미와 나도 같이 갈 예정이었지만, 아무래도 뉴멕시코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되어 일박이일로 또 떠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말았다.


완주 메달 하나 추가. 병따개 겸용인게 넘 웃기다 ㅋㅋ


대신 맨해튼에서 나대로 달렸다 ㅋㅋ 이틀간 각각 5시간씩 외출 강행군을 했다. 임신하고 애랑 단 둘이 이렇게 장시간 외출을 한 건 처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각각 플레이 메이트가 있었다. 대화 상대가 되어 준 어른도 있었고, 아이도 절반은 친구랑 놀았지만 어쨌건 기진맥진했다. 남편은 매일 아이 학교 마치고 3시간 조금 넘게 아이랑 놀다 오는데, 새삼 고생이 많다 싶었다.


토요일은 어린이 박물관!


그래도 임신하고 아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줄었는데, 컨디션이 좀 나아질 무렵 해서 단 둘이 이런 시간을 보낸 것도 좋은 것 같다. 아이도 밤에 잠들 때 한 번 아빠를 찾기는 했지만, 내내 알콩달콩 잘 지냈다.


아이도 평소보다 고생을 했을 텐데 잘 있어주었다. 남편은 엄한 듯하면서도 아이를 많이 도와주는 편인데, 나는 그럴 체력도 안되고 아이가 할 수 있는 한은 아이가 하자는 주의라 평소 아빠가 해주던 일들도 다 아이를 시켰다. 아이도 '엄마는 요새 힘들다'가 잘 입력되어 있어서 그런지 ㅎㅎ 크게 찡얼거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었다. 오르막에서 킥보드를 타는 일이라든지, 자기가 나중에 먹을 시원한 물을 냉장고에 챙겨 넣는 일이라든지 다 알아서 했다. 고마웠다.


설겆이 하는 동안 옆에서 빈 계란곽 가지고 사부작 거리며 핸드백도 만들고. 핸드백을 매는 게 아니라 (줄도 있는데) 백팩에 넣고 다니는 건 좀 함정이지만 ㅋㅋ


특히 오늘은 멕시코 시티에 사는 전 직장 동료가 뉴욕에 여행을 와서 그 가족과 센트럴 파크에서 만났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햇빛도 쐬고 센트럴 파크 산책도 하고 좋았다. 봄이 오려는지 나무에 새 잎들이 돋아나고, 목련 몽우리가 지고, 개나리가 만개해서 좋았다.


최저 기온은 아직 영하인데 초록이 시작되었다. 맨해튼에도 봄이 오는가!


세상 활발한 딸내미는 오랜만에 한국어를 하는 가족들을 만나서 그런지 (원래 우리한테만 한국어를 쓰더니, 이젠 우리한테도 영어를 섞어서 쓸 때가 많다.) 1시간 넘게 내외를 하더니, 나중에는 그 집 딸과 친해져서 둘이 돌멩이도 줍고 지나가는 말도 구경하고 잘 놀았다. 덕분에 어른들은 매우 평화롭게 햇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여기 아이들은 다들 칙칙한 옷을 입었는데, 그 집 딸과 우리 딸내미만 (한국인 여자애들 답게) 분홍색 패딩을 입어서 눈에도 잘 띄고 귀여워서 좋았다 ㅋㅋ


세상 귀여움 ㅋㅋ


아무리 그래도 힘이 들긴 들었나 보다. 남편이 저녁쯤 집에 왔는데 '돌아오자마자 내 목소리와 자기를 대하는 감정상태를 보니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ㅋㅋ 물론 이렇게 스위트한 말만 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집을 비우고 오면 집이 엉망진창은 아닌데 미묘하게 어질러져 있어서 기분 나쁘다고 했다. 그게 일박 이일 다녀오고 굳이 할 말인가 ㅋㅋ 그래도 어쨌거나 남편이 오니 좋다. 남편이 점심으로 고기 뷔페를 먹었다고 하기에 새우에 채소를 듬뿍 넣고 동남아식으로 볶아 주었다.


어른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보는 게 이렇게 힘들다. 다시 어른 두 명 x 아이 한 명 체제가 돌아와서 좋긴 한데...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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