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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28. 2024

딸내미의 영재반 진학_240327

미국생활 222일 차




딸내미의 유치원 지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1순위로 지원했던 같은 학교의 영재반. 사실 영재반이라고 대단한 건 아니다. 유치원 3개 반 중 1개 반이 영재반이다. ㅎㅎ


Gifted & Talented 반이 소위 영재반이다. 말이 좀 과하긴 하지만 ㅎㅎ


그래도 기쁘다. 어쨌거나 영재반이 되려면 담임선생님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영재반이 되었다는 건, 아이가 적어도 못 따라가고 있진 않다는 얘기니까. 면담 때마다 선생님이 정말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주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는데 마음이 놓인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딸내미를 보내면서 마음 졸였던 게 불과 작년 9월인데, 잘 지내준 딸내미가 참 고맙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니 당연히 처음엔 지원할 생각도 안 했는데, 딸내미 친한 친구가 지원한다고 해서 같은 반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이 결과에 마음이 이렇게 놓이는 걸 보니 지원하길 잘했다.


그러고 보면 이걸 지원하던 연초까지만 해도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릴까도 걱정했었다. 그래서 아무리 말만 영재반이라도 지원할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친한 친구랑 같이 진학할 가능성을 노리고 질러본 거고. 하지만 요새는 그런 걱정도 하나도 안 한다. 남편이 하원 후 아이를 데리고 있다 보면, 놀이터에 오는 어떤 학교 친구랑도 잘 논다고 한다. 작년 가을 만해도 놀이터에서 남편이랑 놀았고, 겨울부터는 같은 놀이터 죽돌이 신세인 챈스랑 주로 놀았는데, 이제는 다른 친구들이 오면 그 친구들이랑도 고루 잘 논단다. 어제는 서로 다른 친구들이 각각 딸내미랑 놀고 싶어서 선택하는 입장에 놓이기도 했고 ㅎㅎ


오늘은 학교 행사에 가서 같이 노는 걸 본 적 없는 반 친구랑 만나 잘 놀았단다. 남편이 자꾸  굳이 ’너 걔랑도 놀아?‘ 묻는다 ㅋㅋ (그나저나 내복 차림 이라니 ㅋㅋ)


이젠 여러모로 마음이 놓인다. 아이가 잘 지내지 못했으면 남편이나 나나 정말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정말 기특하고 고맙다. 평생 할 효도 다 한 걸로 할게, 딸내미 ㅎㅎ


물론 뭐 딸내미가 완벽하다던가 앞으로도 완벽하길 기대하는 건 아니다. ㅎㅎ 남편은 다 같이 어딜 놀러 가도 딸내미한테 뭘 사주는 법이 결코 없다. 나는 내심 매정하다 싶다가도, 이제는 딸내미가 ‘이젠 지금 안 사지?’, ‘이거 어린이날 사줄 거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길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어린이 박물관에 갔을 때, 딸내미가 박물관 물건을 내 가방에 쓱 집어넣었었다. 딸내미가 좋아하는 보석 모양의 플라스틱이었다. 모르는 척하고 가방에 넣은 걸 꺼내서 뭔지 물어보니 원래 자기 거란다. 다시 물어도 자기 거라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거라고 우기다가 결국에는 여기 물건이라고 실토를 했다.


엄청 가지고 싶은데 물어봐도 안 사줄 거라 생각해서 슬쩍 집어넣은 것 같았다. 물건을 가져가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거라고, 진짜 가지고 싶은 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하라고, 우리도 앞으로 딸내미가 그렇게 얘기하면 더 들어주겠다고 얘기해 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비슷한 장난감을 온라인으로 사주었다. 나중에 남편에게도 앞으로는 딸내미가 참는다고 무조건 안 사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아예 상자째 사줬다. 화려하고 반짝이는거 좋아하는 딸내미 ㅎㅎ


거짓말을 하면서 까지 가지고 싶었던 마음이 짠하면서도, 언제 거짓말을 할 만큼 컸나 싶다가도, 앞으로는 더 복잡한 상황이 많을 텐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었다. 딸내미는 이미 잘할 만큼 다 잘해주었고,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더 잘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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