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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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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30. 2024

요리할 팔자+센트럴 파크 북쪽 산책_240329

미국생활 224일 차




아무튼 내 팔자다. 왜 임신하고 바깥 음식에 더 예민해졌는지 모르겠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니글거려 견딜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데, 집에서도 굴소스 같이 조미료스러운 걸 조금만 많이 쓰면 벅차다. 입덧은 끝났어도 체력이 부족한데, 임신한 채로 대학원 다니면서 음식까지 하려니 죽겠다.  남편은 음식은 못한다 그냥 시리얼이나 라면, 아님 뭐든 싼 거 먹자는 입장인데 나는 그게 아니니 내가 할 수밖에 없다. (남편은 대부분의 문제에서 이런 태도다. 포지셔닝이 기가 막히다…ㅎㅎ)


오늘은 딸내미 학교 휴일이었다. 아침부터 오전 내내 아이를 봤다. 오후에는 또 셋이서 놀러 가기로 해서 밀린 숙제가 걱정되었지만, 또 그 와중에 밥은 엄청 열심히 챙겨 먹었다. 일단 오늘 밥 준비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어제 늦은 밤에 (공부를 하기엔 뇌가 너무 지친 사이에)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해두었다. 그랬더니 최대한 틈새 시간을 활용하거나 아이와 같이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모든 재료와 소스를 사전 준비하고..


아침은 소시지와 빵과 과일, 점심은 삼겹살과 청경채를 올린 볶음 국수를, 저녁에는 양 프렌치 랙 오븐구이와 무 밥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정말 기절했다. 얼마나 정신이 혼미하던지 전자레인지를 쓴다면서 찬장 문을 열고 그릇을 넣어버렸다. 피곤하다.


사 먹으면 되지 싶지만, 뚜벅이 가족이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큰 일이고 뉴욕 음식은 (적어도 일상적인 식당들은, 내 입맛에선) 한국보다 맛은 없고 훨씬 비싸다… 뉴욕 오면 맛집 많이 다닐 줄 알았는데, 아무튼 요리할 팔자인가 보다. ㅠㅠ ㅎㅎ


고명이 많아 국수가 안 보임 ㅋㅋ 맛은 있었다. 덕분에 애도 채소 많이 먹긴 하고..



오늘은 센트럴 파크 북쪽 산책을 갔다. 봄날 센트럴 파크를 가고 싶어서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일기 예보를 보고도 감행했는데, 잘 못된 선택이었다. ㅋㅋ 평소에도 칼바람이 부는 맨해튼에서 바람이 분다는 건 진짜 장난이 아닌 거다. 유모차를 미는데 반대편에서 바람이 불면 유모차가 안 밀렸다. ㅋㅋㅋ 기온은 10도가 넘어서 코트를 입고 갔다가 내내 벌벌 떨었다.


햇빛은 좋은데 바람이 워낙 불어 나무들도 인정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래도 남편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집 가까운 쪽 (북쪽)을 가봤는데 흥미로웠다. 남편이 북쪽은 약간 산길이나 늪 같다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는데 진짜 그랬다. 심지어 North woods라는 곳은 자신감 있게 ‘미국에서 가장 새 관찰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라고 써 붙여놨다. 맨해튼 한가운데서! 그리고 그 팻말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보통 관광객들은 남쪽을 많이 가고 나도 그랬었는데, 의외의 면모를 발견해서 신기했다.


이런 센트럴파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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